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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 [NEW BRAND] 양진원의 신상 와인 털기 #2. 신비의 영약, 아카넘 Arcan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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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나라셀라 작성일2020-12-15 10:57 조회33,194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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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저 토양의 하수인일 뿐입니다. 위대한 와인은 처음부터 각각의 마이크로 크뤼로 분류된 땅이 이루어 내는 것이니까요.” - 피에르 세일랑(Pierre Seillan)


미세기후(micro climate)와 다양한 토양 타입을 기준으로 빈야드의 세부 구획을 나누어 독립적 테루아를 완벽하게 표현하는 피에르 세일랑. 신비의 영약을 만들어내는 그의 커리어는 가족 소유의 와이너리에서 카버네 소비뇽, 멀롯, 카버네 프랑과 여러 화이트 품종을 다루며 시작했다. 약 20년간 루아르와 보르도에 머물며 경험을 쌓은 후 1997년, 캘리리포니아 산지에 매료되어 미국으로 이주한다. 이미 지정된 크뤼 체계와 등급이 갖추어진 프랑스보다 새로운 도전이 가득한 신세계가 그를 더 흥분케 했으리라. 시간과 노력으로 쌓아 올린 노하우를 바탕으로 프랑스를 벗어나면서 연금술을 제대로 펼쳐낸다. 그의 손이 닿는 와인은 모두 명품이, 평론가들에게 극찬을 받는 와인이 되었으니. 보르도, 소노마, 토스카나에서 세계적 수준의 와인을 탄생케 하는 그의 철학은 간단명료하다. 바로 각 와인 산지의 미세 기후가 제대로 표현할 수 있도록 돕는 것. 그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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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넘 와인을 만드는 테누타 디 아르체노(Tenuta Di Arceno)와이너리는 피렌체로 흐르는 암브라(Ambra) 강과 지중해로 흐르는 옴브론(Ombrone) 강의 분기점에 위치해있다. 이곳은 고대 에트루리아(Etruria) 문명의 접점이었는데, 아르체노는 원점(point of origin)이라는 뜻의 에트루리아어 아르체(Archè)에서 어원이 왔다. 이들이 소유하고 있는 밭은 무려 1,000ha. 그 중 포도나무는 전체 부지의 10%가 채 되지 않는 92ha에만 식재되어있고 나머지는 내추럴한 환경 조성을 위해 숲과 약 50ha의 올리브밭으로 구성된다. 포도밭은 63개의 블록으로 나누어져 약 50%는 산지오베제를, 나머지는 카버네 소비뇽, 멀롯, 카버네 프랑을 재배한다. 산지오베제 품종으로는 끼안띠 클라시코 DOCG 와인을, 보르도 블렌드의 IGT 와인을 생산한다. 슈퍼 투스칸 와인을 테이스팅하고 나니 전형적으로 잘 만든 보르도 그랑 크뤼 와인 몇몇이 떠올랐다. 특히 일조량이 풍부했던 훌륭한 빈티지의 보르도 와인들은 종종 알코올 도수가 15도에 가까운 경우가 있어 더더욱. 블라인드 테이스팅을 해보면 어떨까? 뽀르몰이라고 생각할까 쌩떼밀리옹이라고 답할까? 아니, 이 와인들은 아카넘, 토스카나 테루아를 담은 신비의 영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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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넘 일 파우노(Arcanum, Il Fauno)

멀롯(Merlot) 54%, 카버네 프랑(Cabernet Franc) 32%, 카버네 소비뇽(Cabernet Sauvignon) 12%, 쁘띠 베르도(Petit Verdot) 2%

알코올 도수가 무려 15%에 이르는 인텐스한 집중도를 보여주는 와인이다. 보르도 우안처럼 클래식한 느낌이 있는데, 그것과는 뭔가 다른 포인트가 있어 궁금증을 갖고 계속 테이스팅을 이어 나가게 한다. 몇 시간에 걸쳐 테이스팅하는 동안 시시각각 변화하는 모습을 선사한 와인. 따뜻하고 점토질이 풍부한 빈야드에서 포도를 수확해 살집 있고 풍만한 멀롯을 만들어 냈다. 풍요로운 블랙 체리와 바닐라, 체더 치즈와 카버네 프랑 특유의 삼나무 향이 편안하게 느껴진다. 강렬하지만 또 부드럽게 느껴지는 섬세한 타닌감과 감초, 화이트 페퍼와 같은 향신료 아로마가 주는 복합미가 아름답다. 프렌치 오크에서 12개월 숙성. 


아카넘 발라도르나 Arcanum Valadorna

멀롯(Merlot) 74%, 카버네 프랑(Cabernet Franc) 13%, 카버네 소비뇽(Cabernet Sauvignon) 12%, 쁘띠 베르도(Petit Verdot) 1%

멀롯이 메인이 되는 블렌딩 스타일로 와이너리에서 가장 복합적이고 미네널이 많은 토양인 발라도르나(Valadorna)와 카프라이아(Capraia) 블록에서 수확했다. 테누타 디 아르체노에서 가장 서늘하고 소출이 적은 구획이기도 하다. 해발 340m에 달하는 발라도르나는 보르도 쌩떼밀리옹의 그랑 크뤼 밭과 같이 양질의 사토가(loamy) 섞인 석회질 토양으로 이루어져 있다. 라임 스톤은 비가 많이 오는 경우에는 배수가 좋고, 비가 부족할 때는 수분을 적절한 양의 수분을 머금고 있어 포도나무 성장에 도움을 준다. 또한 높은 칼슘을 비롯해 포타슘, 소디움과 마그네슘 함유량이 많아 자연스럽게 미네널러티를 전달한다. 이 와인은 ‘그룹의 메인 보컬’로 흔히 묘사되는 멀롯을 넘어 개성과 끼를 마음껏 발휘한다. 나의 최애가 노래만 잘하는 줄 알았는데 내뱉는 한마디 한마디에 센스가 넘쳐 예능까지 잘하는 걸 발견한 것과 같은 흐뭇함이랄까. 멀롯 특유의 라즈베리와 검은 과실, 체리 아로마를 비롯해 우아한 자스민과 같은 꽃내음, 큐민, 바닐라 빈과 같은 향신료까지 다채로운 아로마의 특성을 보여주며 고운 타닌감과 함께 향기로운 삼나무, 타바코, 다크 초콜릿의 여운을 남긴다. 70% 뉴 프랜치 오크통에서 12개월간 숙성, 현재 유통중인 2013년 빈티지는 RP 95점을 받았다.


아카넘 아카넘 Arcanum, Arcanum

카버네 프랑(Cabernet Franc) 73%, 멀롯(Merlot) 17%, 카버네 소비뇽(Cabernet Sauvignon) 10%

충분한 일조량이 있는 모래와 진흙이 섞인 토양이 지배적인 라파리타(L’Apparita)와 벨베데레(Belvedere) 블록에서 카버네 프랑을 수확했다. 라파리타는 해발 400m에 위치하며 1998년에 식재된 카버네 프랑을 플레그쉽 와인인 아카넘을 만드는데 사용한다. 벨베데레는 이탈리아어로 “좋은 뷰”를 의미한다. 이름처럼 포도밭은 조망이 훌륭한 해발 500m에 위치해 와이너리의 전체 모습을 조망할 수 있다. 이곳의 75%는 배수가 좋은 사토, 15%는 라임스톤, 약 10%는 양질의 사토인 로암(loam)으로 이루어져있다. 2013년 빈티지이지만 디켄팅과 에어링이 필요한 숙성 잠재력이 있는 와인이다. 잘 익은 베리와 블랙체리, 자두를 비롯해 토스티한 아로마와 바닐라의 달콤함이 느껴지며 와인이 잘 열리고 나면 바이올렛, 장미, 라일락과 같은 꽃내음이 아름답게 펼쳐진다. 민트와 허브 뉘앙스, 후추와 같은 향신료 아로마도 복합적으로 다가온다. 활기차면서도 풍만한 팔레트를 지니고 있으며 긴 여운을 남긴다. 강렬한 첫인상으로 시작해 와인이 잘 열린 후에는 포근한 허그로 마무리하는 것 같은 길고 좋은 여운을 지닌 와인. 프리미엄 와인이니만큼 시간과 여유를 갖고 시음하길 추천한다. 80% 뉴 프렌치 오크 12개월 숙성, RP 96+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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