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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 [FOOD & WINE] 조류의 갑, 오리고기와 어울리는 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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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나라셀라 작성일2019-02-07 09:12 조회44,494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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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류의 갑, 오리고기와 어울리는 와인 

갑(甲)과 조(鳥)로 이루어진 오리압(鴨)은 말 그대로 ‘조류 가운데 으뜸’이라는 뜻을 지니고 있다. 과거시험에서 수석합격은 갑(甲), 차석을 을(乙)이라 했는데 오리는 수석 합격을 뜻하는 갑문자를 품고 있어 예부터 그림마저 귀하게 여겨 왔다고 한다. 장원급제를 향한 염원을 담은 오리는 구정 설을 기점으로 다시 한번 새로운 계획을 세우는 이 시즌과 잘 어울린다. 오리고기는 특별히 제철이란게 없는 일 년 내내 맛있는 식자재이긴 하지만, 불포화 지방산의 함유율이 월등히 높고 필수 아미노산이 풍부한 영양식으로 새해 음식으로도 추천할 만하다. 잘 먹고 매사에 열심히 일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있지 않을까? 오리 그림이 그려진 와인을 품고 있다면 더 큰 복이 올지도 모르겠다. 조류 중의 갑! 오리 요리와 어울리는 대표적인 오리 와인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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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덕과 덕혼 나파 밸리 멀롯 Duckhorn Napa Valley Merlot

베이징덕은 원나라 때부터 전해 내려오는 북경요리로 살과 껍질 사이에 대롱을 꽂아 바람을 불어넣고 달콤한 소스를 발라 장작불에서 약 3~4시간 동안 훈제해서 만든다. 살도 맛있지만 바삭한 식감을 주면서도 복합적인 미감을 선사하는 껍질을 가장 귀하게 여긴다. 혹자는 북경 오리와 소테른을 베스트 마리아주로 추천하기도 한다. 소스가 주는 달콤함에 당도가 높은 와인이 잘 어울리는 건 이견이 없지만, 이런 종류의 와인을 곁들여 식사하는 건 쉽지 않다. 그러고 보면 고소하면서도 달콤한 껍질, 담백한 살과 감칠맛을 내는 소스인 야장, 곁들이는 밀전병이나 오이채 등을 모두 아우를 수 있는 와인은 구조감과 깊이가 있는 와인이다. 덕혼 나파 밸리 멀롯처럼 진중하면서도 음식을 모두 감싸 안을 줄 아는 덕이 있어야 한달까. 덕혼 나파 밸리 멀롯은 멀롯이 주 품종이 되는 보르도 블랜딩 와인이다. 뉴오크를 40%만 사용, 16개월간 숙성해 과실이 지닌 매력을 고스란히 보여주면서도 너무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은 오묘한 매력을 선사한다. 바이올렛 꽃, 신선한 자두, 체리, 체다 치즈 뉘양스 등 겹겹이 아름다운 아로마를 보여준다. 베이징덕의 하이라이트인 껍질 부위와 와인이 지닌 미디엄 풀바디가 잘 녹아 들어가며 환상의 조화를 이루는 것도 꼭 경험해 볼 만하다.


오리 가슴살 구이와 골든아이 피노 누아 Goldeneye Pinot Noir

수학의 정석에 홍성대가 있다면 오리 가슴살 구이의 마리아주 정석은 피노 누아다. 여기에 체리 소스까지 곁들여지면 금상첨화랄까. 피노 누아의 선이 얇은 타닌감과 체리시한 아로마, 버섯과 흙내음이 주는 차분한 느낌과 오리는 비슷한 성질을 지닌 것끼리 당기는 최고의 마리아주를 선사한다. 골든아이 피노 누아를 만드는 곳은 나파 카운티 북쪽 멘도시노 카운티 내의 앤더슨 밸리(Anderson Valley)로 태평양과 가까워 해양성 기후의 영향을 받았다. 버건디 스타일의 피노 누아라기 보다는 앤더슨 밸리만이 보여줄 수 있는 또 다른 스타일의 피노 누아라고 본다. 깊이 있고 무게감이 있는 피노이면서도 시간이 지나면서 피노 누아 특유의 밝은 이미지도 보여주는 다층적 매력이 있다. 자두와 블랙커런트, 체리와 블루베리, 딸기, 허브, 흙내음 등 다양한 팔레트의 아로마를 선사한다.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 취임식 만찬 와인으로 사용되기도 했다. 꼭 시간을 두고 천천히 테이스팅 해 보길 추천한다.


오리 로스구이와 디코이 로제 Decoy Rose

시라와 피노 누아가 블렌딩 된 풍부한 로제 와인이다. 많은 사람이 시라를 오해해 진득하고 무게감만 있는 와인을 생산할 거라 속단하지만 실제로 시라는 엄청나게 섬세한 아로마를 뿜어내는 품종이다. 디코이 로제는 유난히 레드 베리류의 달콤한 과실 향을 마음껏 뽐내면서도 유질감이 살아있고 풍만해 와인만 마셔도 충분한 기쁨을 주었다. 처음에는 ‘와인 자체에 당도가 좀 있지 않나’라는 생각에 훈제 오리고기를 사다가 쌈무에 곁들이는 것을 시도해 보았으나 낭패였다. 향은 달콤하지만 입안에서는 달지 않아 시판 제품의 강렬한 단맛에 와인이 눌리는 기분이었다. 와인 메이킹 노트를 보니 드라이 로제를 만들기 위해 당도 조절을 하고 무려 8월 말부터 수확을 시작했다. 향에서는 달콤한 과실 향이 느껴지지만 실제로 입안에서는 전혀 달지 않다. 남은 와인을 키조개와 새우 등 해산물을 곁들여 익힌 로스구이와도 시도해 보았는데 담백한 양념과 잘 어우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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