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in Wine

매거진 | [FOOD & WINE] 시원한 바닷가에서 마시는 화이트 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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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나라셀라 작성일2018-07-02 17:22 조회42,135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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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막 가족들과 함께 푸른 바다가 있는 곳으로 여행을 왔다. 2018년이 시작된지 얼마 되지도 않은 것 같은데 어느새 6개월을 달려와서 점을 찍는다. 비행기를 타기 전까지만 해도 내가 여행을 가는 건가 싶었다. 일주일간 통으로 시간을 내려니 여행 전은 평소보다 오히려 더 분주했다. 꽤 오랫동안 집을 비우니 정리해야 할 것도 많고 종강을 했으니 120여 명의 성적을 내야 안심하고 길을 나설 수 있으니. 어제는 늦게까지 채점을 하고 또 리포트를 보고 새벽같이 일어나 촘촘히 성적 입력을 했다. 사실 노는 것과 일하는 것이 잘 구분이 안 되는 프리랜서의 삶을 살기 시작한 후부터는 일이 아닌 여행을 떠나면 ‘내가 이렇게 오래 자리를 비워도 되나’하는 생각으로 은근히 마음에 부담감이 느껴졌다. 하지만 모든 긴장감은 도착하자마자 마신 킴 크로포드 샤도네이와 함께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머릿결을 쓰다듬는 잔잔한 바람, 자연의 소리만이 들리는 적막함을 곁들여 마신 시원하면서도 날카롭지 않은 와인은 6월 내내 목소리를 잃고 아등바등 어떻게든 맡은 바 일을 해낸 내게 주는 위로의 맛으로 다가왔다. 포근하게 다가오는 여운은 온몸의 긴장을 풀어주고 소소한 농담에도 웃음 짓게 했다. 6개월을 열심히 달린 우리에게 지금은 휴식이 필요한 때. 킴크로포드 화이트 와인 안에는 시원한 바다와 평온함이 담겨있다. 와인과 함께 잠깐의 휴식을 맛보고 나면 다시 힘을 얻어 달릴 수 있는 자신감이, 사사로운 일에는 웃으며 넘길 수 있는 여유가 생기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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킴 크로포드 말보로 소비뇽 블랑 Kim Crawford Marlborough Sauvignon Blanc

기말고사 시험 문제로 <소비뇽 블랑 생산지로 뉴질랜드 와인을 세계에 알린 곳으로 남섬에 위치한다. 뉴질랜드에서 가장 일조량이 많고 건조하다> 등을 나열하며 지명을 묻는 단답형 문제를 냈다. 한 학생의 답에는 <소비뇽 블랑은 역시 보르도…+죄송합니다>가 있었다. 이 아이를 찾아가서 “소비뇽 블랑은 역시 말보로, 킴 크로포드다 욘석아”라고 말해주고 싶다. 킴 크로포드 말보로 소비뇽 블랑은 1초만에 기분을 바꿔주는 마법의 음료다. 손가락을 튕기며 소리를 내듯 스크류캡을 딱하고 돌리면 순식간에 구스베리, 레몬의 과실향과 신선한 풀내음이 내 앞에 펼쳐진다. 와인만 마셔도 맛있지만 음식과 함께하면 더 맛있다. 올리브오일에 아스파라거스를 살짝 볶아 파르미지아노 레지아노 치즈를 솨솨솩 대패처럼 갈아 올려도, 바다 향을 맡으며 먹는 조개구이에도, 노량진 수산 시장에서 퀵 서비스로 배달시킨 모둠회와도 잘 어울린다. 여름에 더 빛이 나는 와인이지만 일 년 내내 떨어지지 않게 집안에 몇 병씩은 가져다 두어야 마음이 편하다.

 

킴 크로포드 샤도네이 Kim Crawford Chardonnay

샤도네이를 생산하는 지역은 많다. 지명만 들어도 지갑이 가벼워지는 듯한 기분을 선사하는 프랑스 부르고뉴의 엄청난 화이트 와인부터, 미국의 풍만한 샤도네이, 호주의 따뜻한 기운이 있는 샤도네이까지. 하지만 이렇게 우아하면서도 또 신선한 샤도네이는 쉽게 맛볼 수 없다. 킴 크로포드 샤도네이는 따뜻한 북섬의 혹스베이(Hawke’s Bay)와 서늘한 남섬 말보로(Marlborough)에서 생산된 포도를 섞어서 만들었다. 덕분에 산도가 살아있으면서도 달콤한 향이 있는 단단한 복숭아의 풍성한 향과 기분 좋은 산미를 동시에 담아냈다. 후미에 남은 짭짤한 미네널러티는 와인에 복합미를 더해준다. 버터 소스를 곁들이지 않은 해산물과 샤도네이 와인을 함께 먹고 마신다는 건 무리가 있다고 느껴질 때가 많았지만 킴 크로포드 샤도네이는 다르다. 스스로 빛이 나면서도 음식을 서포트해주는 역할 또한 톡톡히 해내는 와인이다. 연어나 참치와 같은 기름진 생선뿐 아니라 흰살생선과도 멋들어지게 어우러진다.

 

킴 크로포드 피노 그리 Kim Crawford Pinot Gris
피노 그리는 최근 뉴질랜드에서 생산량이 급증하고 있는 품종이다. 뉴질랜드 소비뇽 블랑에 매료되어 처음 와인을 마시기 시작했다면 이제는 한 걸음 더 나아간 피노 그리에도 관심을 기울일 때. 이탈리아의 피노 그리지오가 크리스피한 질감과 발랄한 산도를 지녔다면 뉴질랜드 피노 그리는 그보다 훨씬 풍부한 아로마와 질감을 지니고 있다. 킴 크로포드 피노 그리는 과실이 지닌 상큼함을 최대한 유지하기 위해 천천히 저온 착즙하고 발효한다. 시간을 갖고 서서히 만들어진 와인은 아카시아 꿀과 같이 달콤하면서도 플로랄 한 아로마를 가득 담고 있다. 나무와 접촉을 최대한으로 줄여 상쾌한 맛이 잘 살아있으면서도 또 절대 가볍지만은 않은 와인이다. 멋진 바닷가에서 맛보는 회, 향신료가 잔뜩 들어간 동남아 음식, 기름진 돼지고기와도 궁합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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