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in Wine

매거진 | [BRAND STORY] 와인 업계의 대혁명, 파리의 심판 시작과 뒷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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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나라셀라 작성일2018-05-30 09:08 조회56,243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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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orge M. Taber covering the tasting for Time magazine.jpg와인 업계의 대혁명, 파리의 심판 시작과 뒷이야기
1976년 파리의 심판(Judgment of Paris)이 벌써 42주년을 맞이했습니다. 전 세계가 프랑스 와인에만 열광하던 시기에 미국 와인을 단번에 세계 유수의 와인 반열에 올려놓았던 이 희대의 사건은 이제 미국과 유럽을 물론이고 와인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국적에 상관없이 모두 알고 있는 이야기입니다.

 

파리의 심판, 그 시작
1975년 여름, 파리의 와인 바이어였던 영국인 스티븐 스퍼리어(Steven Spurrier)와 그의 미국인 직원 패트리샤 갤러허(Patricia Gallagher)는 자신들의 와인숍과 와인 아카데미(아카데미 뒤 뱅)를 홍보하고자 캘리포니아의 소규모 신생 와이너리들을 프랑스인에게 선보이는 취지의 이벤트를 기획하였습니다. 미국 와인과 프랑스 와인의 대결을 생각했던 것은 그저 여러 가지 아이디어 중 하나였고 마침 그 해가 미국의 독립 200주년을 맞이한 시기였기도 합니다.


그들은 화이트와 레드 와인 모두 각 10종씩을 블라인드 테이스팅을 통해 순위를 결정하기로 했고, 캘리포니아 와인 6종, 프랑스 와인 4종을 준비하였습니다. 캘리포니아 와인은 스티븐 스퍼리어와 패트리샤 갤러허가 직접 미국의 와이너리 여러 곳을 방문하여 선별하였고, 잘 알려지지 않은 부띠끄 와인을 선택하였습니다.

 

총 9명의 프랑스에 권위 있는 최고 전문가들이 심사 위원으로 참여하였습니다. 도멘 드 라 로마네 꽁띠와 샤또 지스쿠르의 소유주를 비롯해 미슐랭 쓰리 스타 레스토랑의 오너 셰프와 수석 소믈리에, 프랑스 최고 와인 전문지의 편집장도 포함되어 있었고, 이들 중 어느 누구도 프랑스 와인의 우승을 의심하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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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음회의 놀라운 결과!

오전에는 화이트 와인, 오후에는 레드 와인으로 나누어 시음이 진행되었습니다. 화이트 와인은 옆 사람과 자신들의 의견을 나누면서 여유롭고 즐거운 분위기에서 진행되었는데 시음 결과를 들은 9명의 심사위원들은 얼굴이 굳어졌습니다. '샤또 몬텔레나 샤도네이 1973'이 총점 132점을 받아 126.5점을 받은 2위 와인(도멘 룰로 뫼르소 1등급 샴 1973)'에 압도적인 점수차로 1위를 차지하였고, 상위 5개 와인 중 3개가 캘리포니아 와인으로 선정되는 결과가 발표되었습니다.

 

오후의 레드 와인 시음에서는 모든 심사위원들이 극도의 긴장 속에 테이스팅만 집중하였습니다. 오전에 있었던 화이트 와인 시음 결과는 오판이고 해프닝에 불과했으니 보르도와 같을 수 없는 캘리포니아 와인을 꼭 찾아내야 한다는 압박감이 가득했습니다. 그러나 레드 와인 역시 미국의 '스택스 립 와인 셀라 카버네 소비뇽 1973'이 1위로 발표됩니다. 2~4위를 차지한 와인은 샤또 무똥 로칠드, 샤또 몽로즈, 샤또 오브리옹이었고, 모든 심사 위원들의 웃음기는 사라지고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한 <Revue du Vins de France>지의 편집장 오데뜨 칸은 자신의 채점표를 돌려달라고 요구하기도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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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의 심판을 만든 기사 한 페이지!

스티븐 스퍼리어와 패트리샤 갤러허가 기획한 이 시음회는 당시 <TIME>지 파리 특파원으로 있던 조지 테이버(George Taber)가 참관하였습니다. 그로부터 약 2후 후 <TIME>지 58쪽에는 '파리의 심판(Judgment of Paris)'이라는 제목으로 시음회의 결과가 기사로 실리게 되었는데 당시 미디어에 많은 관심을 받지 못했던 이 시음회는 조지 테이버의 기사로 전 세계에 알려지게 되며 와인 업계에 엄청난 파장을 일으키며 미국 와인이 프랑스 특급 와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만든 계기가 되었습니다. 세계적인 와인 평론가 로버트 파커는 파리의 심판을 "프랑스 와인이 우월하다는 신화를 깨고 와인 세계의 민주화를 이뤄낸, 와인 역사상 중대한 분기점이다"라고 표현하였습니다.

 

시음회가 '파리의 심판'이라는 이름으로 회자되면서 당시 심사위원들을 적지 않은 곤욕을 치르게 되었습니다. 그중 가장 큰 시련을 받았던 사람은 피에르 브레쥬(Pirerre Brejoux)였습니다. 그는 프랑스 와인의 원산지 통제 및 보호 시스템을 관장하고 생산자들을 관리하는 국가기관 INAO(Institut National de Appellations d'Origine)의 감사 총괄이었는데 파리의 심판 이후 다수의 사람들과 단체로부터 사임할 것을 종용 받기도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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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의 심판에 대한 심사위원의 코멘트

오베르 드 빌렌(Aubert de Villaine / Domaine de la Romanee-Conti 공동 소유주)
"일반적으로 아직 큰 격차가 있다. 프랑스 와인이 아직 더 우위에 있다."
"내가 캘리포니아 와인을 처음 맛 본 것은 1964년이었다. 그리고 그 이후로 좋은 와이너리들이 그곳에 점점 더 많이 생겨났다."

 

피에르 타리(Pierre Tari / 보르도 그랑 크뤼 샤또들의 연합체인 Union des Grand Cru Classe 협회의 사무총장이자 Chauteau Giscours 소유주)
"프랑스 와인은 기후 때문에 캘리포니아 와인 보다 서서히 풍미가 발전된다. 이 테스트는 옳지 않다. 캘리포니아 화이트 와인에 매우 놀랐다. 탁월한 와인이다. 우리는 캘리포니아 화이트 와인이 프랑스 화이트 와인과 견줄 수 있다는 것을 똑똑히 보았다. 그것들은 분명 ‘프랑스 다음으로’ 최고다. 장족의 발전을 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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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데뜨 칸(Odette Kahn / 프랑스 최고의 와인 전문지 <Revue du Vins de France> 편집장)
"캘리포니아 와인이 너무 프랑스 와인을 따라 하기 때문에 이것은 잘못된 테스트이다."
"내 생각에 이 시음회로부터 이끌어낼 수 있는 유일한 교훈은 캘리포니아의 어떤 와인 생산자들은(내 정보가 맞다면, 소량으로) 양질의, 시음할 만한 와인을 생산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나는 프랑스 와인계가 이러한 점을 인지하는 게 흥미로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 시음회로부터 캘리포니아 와인이 우리의 위대한 와인들을 '꺾었다'고 주장한다면(그렇게 주장될까 두렵다) 그것은 논리의 비약, 엄청난 비약이다."

 

피에르 브레쥬(Pierre Brejoux / INAO(Institut National des Appellations d'Origine) 감사총괄)
"나는 1974년 7월에 캘리포니아에 갔다. 그리고 '놀랍게도' 많이 배웠다. 캘리포니아 와인은 분명히 세계 정상급 수준이다. 그러나 스택스 립 와인 셀라는 비밀이었다. 난 들어본 적이 없다."

 

미셸 도바즈(Michel Dovaz / Academie du Vin in Paris의 교수)
"5~10년이 지나 와인들이 더 숙성되었을 때라면 프랑스 레드 와인들이 훨씬 좋은 성적을 낼 것이라고 확신한다."

 

크리스띠앙 바네끄(Christian Vaneque / 파리 소재 미슐랭 ★★★ 레스토랑 La Tour d'Argent 헤드 소믈리에)
"화이트 와인은 의심의 여지없이 프랑스 최고 와인의 수준에 접근했다. 또한 캘리포니아는 샤샤뉴 몽라셰 정도의 와인을 생산할 수 있다. 그러나 레드는 그 정도로 좋지 않았고 보르도의 특징을 갖고 있지 않았다. 약간 민티하고, 탄닌이 강하며 우아함이 결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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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 와인 부문 1위> 샤또 몬텔레나(Chateau Montelena)
1976 파리의 심판 화이트 부문에서 압도적으로 1위를 차지한 주인공은 샤또 몬텔레나 샤도네이(Chateau Montelena Napa Valley Chardonnay)로, 스미스 소니언 박물관에 미국을 만든 101 가지 물건으로서 미국 독립 선언문, 링컨 대통령 모자, 닐 암스트롱 우주복 등과 레드 부문 1위 스택스 립 와인 셀라 카버네 소비뇽과 함께 전시되어 있습니다. 일반적인 캘리포니아 샤도네이와 달리 젖산발효를 하지 않아 적정한 산미와 튼튼하고 복합적인 과실의 풍미가 균형을 이룬 장기 숙성형 화이트 와인입니다. 화이트 와인의 세계적 성공에도 불구하고 샤또 몬텔레나는 설립 당시의 비전이었던 세계적 레드 와인의 생산자의 꿈을 놓지 않았는데 세계적 와인 평론가 로버트 파커는 샤또 몬텔레나의 빼어난 레드 와인에 대해서 “지난 25년간 품질의 균일성을 유지하여 끊임없이 훌륭한 점수를 얻은 캘리포니아 와이너리는 샤또 몬텔레나 뿐이다.” 라고 평한 바 있습니다.

 

<레드 와인 부문 1위> 스택스 립 와인 셀라(Stag's Leap Wine Cellars)

샤또 무똥 로칠드, 샤또 오브리옹 등 프랑스를 대표하는 와인들을 꺾고 파리의 심판 1위를 차지해 전 세계를 충격에 빠뜨린 스택스 립 와인 셀라 S.L.V. 카버네 소비뇽 (Stag’s Leap Wine Cellars S.L.V. Cabernet Sauvignon)은 힘과 우아함을 가장 아름답게 결합시키는 ‘스택스 립 디스트릭트’ 산지의 전형을 보여줍니다. 실키한 탄닌과 선명한 산미를 지녀 장기 숙성에 적합하며 와인 수집가들에게 가장 수집 가치가 있는 미국 와인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화이트 와인의 주역> 그르기치 힐스(Grgich Hil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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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 그르기치는 1976년 파리의 심판 1위 샤또 몬텔레나 샤도네이를 만든 스타 와인메이커로 1977년 ‘그르기치 힐스’를 설립하여 독자적인 길을 걷게 됩니다. 그르기치 힐스는 또 한번 이슈의 중심에 서는데, 1982년 미국 레이건(Reagan) 대통령이 프랑스를 방문하여 미테랑(Mitterrand) 프랑스 대통령을 만난 디너 자리에서 그르기치 힐스 샤도네이 1979를 따른 사건은 전 세계인에게 각인되는 일이었습니다. 그 이후에도 부시, 클린턴 대통령이 주최한 백악관 만찬 등 전 세계 주요 만찬에 그르기치 힐스 와인은 자주 사용되고 있습니다. 카버네 소비뇽 역시 <전설의 100대 와인> 나파 밸리 부문에 선정될 만큼 세계적으로 와인 애호가들의 추종을 받고 있습니다.

 

<10주년 기념 리바이벌 테이스팅 1위> 하이츠 와인 셀라(Heitz Wine Cellars)

나파 밸리의 명가 하이츠 와인 셀라의 ‘마르따스 빈야드 카버네 소비뇽(Martha’s Vineyard Cabernet Sauvignon)’은 1976년 파리의 심판 당시 레드 부문 7위를 차지했고, 이후 1986년 와인 스펙테이터(Wine Spectator)가 주최한 파리의 심판 10주년 기념 리바이벌 테이스팅에서는 1위를 차지하였습니다. 하이츠는 특정 포도밭에서 재배된 포도로만 만들어지는 포도밭 명기 와인(Vineyard Designated Wine)의 최고 대가라는 확고한 명성을 지니고 있는데, 특히 마르따스 빈야드는 80년대 출시된 오퍼스 원(Opus One)이나 90년대 컬트 와인(Cult wine) 붐 이전인 60년대부터 나파 밸리 특급 와인의 최고봉을 이루며 큰 명성을 얻어온 와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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