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 [FOOD & WINE] 보양식 대표주자, 오리고기와 어울리는 와인
페이지 정보
작성자 나라셀라 작성일2018-04-26 10:43 조회94,031회관련링크
본문
봄이 오나 싶었는데 여름이 왔다. 롱패딩을 벗기가 두려울 정도로 매서운 추위를 지나고 어렵게 피어난 봄인데 어쩐지 미세먼지를 피하던 생각만 난다. 꽃놀이 한번 제대로 못 한 것 같아 아쉽지만 계절을 붙잡을 방도는 없고, 순간을 즐길 뿐이다. 아직은 땀을 줄줄 흘릴 정도는 아니니 다행이라 생각하면서. 한국의 여름은 또 그 나름대로 혹독하다. 그래, 그러니 미리미리 보양식을 먹어줘야지. 오늘의 주제는 오리고기. 사실 오리고기는 사계절 내내 먹어도 좋을 보양식이다. 고소하고 풍부한, 그야말로 기름진 맛이 일품이다. 그런데 이게 또 불포화지방산이라 피부와 머리카락 건강에도 좋다. 내내 먼지에 시달린 내 피부에 윤기를 선사하고 혈관 청소도 깔끔하게 해 줄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 물론 실제로 오리고기는 칼슘, 철, 인, 비타민 B가 풍부해 혈중 콜레스테롤을 낮추는 데도 도움을 준다. 굽고 삶고 찌고 탕으로 끓여도 좋은 오리고기, 아낌없이 자신을 내어주는 이 귀여운 동물과 어울리는 와인을 소개한다.
'덕혼 디코이 카버네 소비뇽'과 <훈제구이>
덕혼 디코이 카버네 소비뇽에는 오리가 그려져 있다. 레이블 속 그림은 타계한 유명 조각가 리처드 잰슨(Richard Janson, 1872~1951)의 조각 작품을 짐바브웨의 화가 마이클 어러드(Michael Allard)가 재해석한 것으로 작품 원본은 덕혼 와이너리에 보관되어있다. 귀여운 오리 그림을 보며 카버네 소비뇽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디코이를 마시다 보면 어느덧 이 와인이 오리고기에도 참 잘 어울리겠다는 생각이 든다. 동심 파괴 같지만 어찌 보면 참으로 정직한 연상작용이 아닐 수 없다. 덕혼 디코이는 훈제 오리구이와 함께하면 좋다. 오리고기의 훈제 향은 와인의 모카와 캬라멜의 풍부한 향과 농익은 과실 아로마와 잘 어울리고 상쾌한 산도로 입안의 기름기를 깔끔하게 정리해준다. 덕혼 와인은 ‘오바마의 와인’으로 유명세를 얻었지만, 이제는 가격 대비 품질이 좋은 와인으로 더 깊이 각인되어있다. 2017년에는 와인 스펙테이터 올해의 100대 와인에서 1위를 차지한 경력이 있다.
'몬테스 알파 피노 누아'와 <진흙구이>
몬테스 알파 피노 누아에서는 신세계보다는 구세계의 서늘하고 정돈된 아로마가 느껴진다. 선명한 라즈베리와 딸기향이 느껴지면서도 집중도가 좋은 타닌감, 땅의 기운이 느껴지는 산도와 잔잔한 흙 내음이 와인에 입체감을 더해준다. 칠레에서 얼마나 훌륭한 피노 누아가 나올 수 있는지, 거기에 “국민와인 몬테스”의 실력이 더해지면 어떠한 결과가 나오는지 여실히 보여준다. 몬테스 알파 피노 누아에는 서서히 익힌 진흙 구이를 매칭하고 싶다. 오리고기의 부드러우면서도 탄력이 있는 텍스쳐와 피노 누아의 질감이 잘 어울린다. 잔잔하게 흐르는 흙 내음에 더해지는 과실향과 부드러운 탄닌감이 촉촉하고 윤기 있는 고기와 환상의 밸런스를 이루어낸다. 몬테스 알파 피노 누아는 단 한 번의 가벼운 여과를 거쳤다. 덕분에 집중도가 좋으면서도 풍부한 맛과 향을 지닌 피노 누아의 본 모습을 병안에 담을 수 있었다.
'세테 퐁티 크로뇰로'와 <오리 주물럭>
세테 퐁티 크로뇰로는 체리와 농익은 붉은 과실향, 스파이시한 향신료의 풍미가 진하게 느껴지는 와인이다. 산미가 좋으면서도 집중도가 훌륭해 한 모금을 마시고 나서 품종과 비율을 찾아보지 않을 수가 없었다. 산지오베제 90%, 멀롯 10%를 블렌딩해 토스카나에서 만들었다. 와인 설명서를 보니 양념이 강하게 들어간 육류와도 잘 어울린다고 팁을 주어 오리 주물럭을 만들어 곁들여 보았다. 결과는 오! 고춧가루와 고추장, 간장, 참기름 등의 강한 한식 양념에도 스파이시한 아로마가 지지 않고 잘 어우러지고 산미가 워낙 좋아 오리고기처럼 기름기가 많은 고기에 제격이었다. 그뿐이 아니다. 촘촘하게 잡힌 탄닌감은 다른 가금류에서는 찾을 수 없는 오리 특유의 탄탄하면서도 부드러운 육질과도 조화롭다. 크로뇰로는 와이너리에서 자라고 있는 층층나무(Cornel)에서 유래되었다. 20일 동안의 발효, 침용 과정을 거쳐 12개월간 프렌치 오크통에서 에이징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