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 나파 밸리의 인물열전(1) 몬다비 가문의 와인유산을 계승한 팀 몬다비 (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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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나라셀라 작성일2014-03-07 12:38 조회69,178회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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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파 밸리의 인물열전 (1) – 몬다비 가문의 와인유산을 계승한 팀 몬다비 (상)
오늘날 프랑스 보르도와 대칭점을 이룰 정도로 성장한 뉴월드 와인의 성지 나파 밸리는 인물로 넘쳐난다. 인종의 용광료인 미국이란 나라의 속성상 워낙 다양한 인물군들이 있기도 하지만 나파 밸리만의 모방불가한 매력은 그 땅에 터를 내리고자 하는 많은 사람들에게는 오래도록 동경의 대상이 되어왔다. 무계획적으로 잠시 스쳐가도 마음에 남을 이 멋진 풍광을 지닌 곳에 뿌리를 내리고 와인의 한 길을 걸어온 그들의 면모를 알아보는 것은 그들의 와인만을 만나는 것 보다 입체적인 즐거움을 준다.
나파 밸리의 인물 이야기는 세계의 다른 어느 와인산지 풍성하다. 구세계 유럽은 긴 역사성을 지닌 와인산지인 만큼 와인이 문화의 기저에 와인이 깊게 녹아있어서 와인에 대한 이야기가 역사책의 한 페이지처럼 새로울 것이 없어 보이는 반면, 나파 밸리에는 우리와 동시대를 사는 인물들의 이야기가 생동감 있게 그려진다. 그래서 심지어 혹자는 나파 밸리에는 테루아(적 특성)는 없고(덜 뚜렷하고) 브랜드나 인물만 있다는 비판을 하지만, 어떤 와인을 이해하는 지름길은 그 와인의 궁극의 창조주인 오너를 이해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며, 나파 밸리를 이끌고 있는 인물들을 입체적으로 알아보는 시리즈를 이달부터 약 6회에 걸쳐 이어가기로 한다.
컨티뉴엄으로 돌아온 팀 몬다비
팀 몬다비(Tim Mondavi)가 돌아왔다. 단 하나의 와인을 들고, 단 하나의 목적을 위해. 미국의 세계적 와인전문지 와인 스펙테이터지는2011년 11월 15일호에서 그를 커버 스토리로 다루었다. 계승을 뜻하는 컨티뉴엄(Continuum)이라는 와인을 들고 세계 프리미엄 와인계에 복귀한 팀 몬다비는 숱한 와인뉴스를 양산했던 지금은 고인이 된 로버트 몬다비(1913~2008)의 둘째 아들이다.
로버트 몬다비는 두 아들을 두었는데 형 마이클(Michael)은 사교성이 뛰어나고 언변에 능하여 세일즈와 마케팅을 주로 담당했고, 동생 팀(Tim)은 포도밭과 셀라에서 일하는 것이 적성에 맞아 UC Davis에서 포도재배와 와인양조학을 공부 후 로버트 몬다비 와이너리의 양조팀을 1976년부터 와이너리가 매각된 2004년까지 근 30년간 이끌었던 와인메이커였다. 15세의 나이에 부친, 형과 함께 로버트 몬다비 와이너리를 설립하고, 대학에서 와인양조학을 전공하였으며, 프랑스 부르고뉴의 저명한 도멘에서 와인메이커로서 수련을 하기도 했던 팀은 와이너리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인 와인메이커로 일했기에 형 마이클 보다는 조부와 부친을 통해 전해진 몬다비 패밀리의 와인법통을 직접적으로 물려받았다고 볼 수 있다.
팀 몬다비는 특히 프리미엄 와인양조에서 큰 역할을 수행했는데 로버트 몬다비 와이너리의 프리미엄 와인들과 로버트 몬다비가 해외 유수의 명문가와 합작으로 탄생시킨 명 와인들인 오퍼스원(Opus One), 오르넬라이아(Ornellaia) 루체(Luce), 세냐(Seña)도 그의 손길이 깊게 닿아 있으니 캘리포니아는 물론 프랑스, 이태리, 칠레, 호주를 두루 섭렵한 베테랑의 복귀는 영화 스타워즈 ‘제다이의 귀환’처럼 와인업계가 열렬히 환영할만한 일이었음에 틀림없다.
세계적 와인 패밀리 중에서 몬다비 패밀리는 와인만큼이나 형제간의 불화로도 매우 유명한 불명예를 안고 있다. 일찍이 1961년에 케네디 대통령이 취임 후에 각계의 리더들을 백악관에 초대한 일을 둘러싸고 벌어진 로버트 몬다비와 그의 동생 피터와의 다툼은 이미 너무나 유명한 일이다. 이 다툼은 당시에 정말로 유명했는데 이 두 형제는 이를 계기로 심지어 자신들의 성 Mondavi를 서로 다르게 발음하는 지경에까지 이르게 됐다. 형 로버트는 이태리 혈통임을 부각하며 이태리식으로 ‘몬다비’로 발음한 반면 동생 피터는 미국식 발음인 ‘만데이비’로 발음하며 서로가 마이웨이를 외치던 시절이 있었다.
나쁜 것은 유전이 더 잘 된다고 했던가? 로버트 몬다비가 만년에 경영에서 멀어지자 와이너리 경영을 둘러싸고 마이클과 팀이 보여준 모습은 ‘형제의 난’과 다를 바 없는 것이었다. 나파 밸리에서 생산되는 로버트 몬다비의 핵심 라인업을 빗겨간 저가 보급형 와인에 사업비중을 강하게 둔 마이클은 프리미엄 라인업의 대변자였던 팀과 자주 마찰을 빚었던 것이다. 이를 계기로 로버트 몬다비 와이너리의 위상은 급추락하고 마침내 2004년에는 세계 최대의 주류기업인 컨스텔레이션 브랜드(Constellation Brands)에 와이너리를 매각하는 지경에 이르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