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 나파 밸리의 인물열전(6) 은빛 거품을 입에 물고 태어난 남자, 휴 데이비스(Hugh Dav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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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나라셀라 작성일2014-10-28 16:33 조회45,070회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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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파 밸리의 인물열전 (6) – 은빛 거품을 입에 물고 태어난 남자,
휴 데이비스(Hugh Davies)
필자가 살아보진 않았지만 1960년대 미국은 사회 전반에 도전정신이 넘쳐 흐르던 시기였다. 1959년 소련의 무인 우주선 루나 2호가 최초로 달착륙에 성공하자 1960년대 미국은 소련 보다 먼저 최초로 인간을 달에 보내기 위해 엄청난 힘을 쏟았으며 1961년 대통령에 취임한 JF 케네디는 젊고 강한 미국을 상징하는 시대의 아이콘이었다. 1963년 케네디 대통령의 암살, 미국의 베트남전 참전 개시, 반전운동, 히피문화 등으로 이어지면서 역사의 굴곡을 거쳐 1969년 7월 20일 마침내 아폴로 11호에 탑승한 닐 암스트롱이 인류로서는 최초로 달에 첫 걸음을 내딪으면서 미국의 60년대는 다가올 원대한 미래를 약속하며 역사의 장으로 사라졌다.
1960년에 결혼한 잭 데이비스(Jack Davies)는 LA에 살며 로켓트 부품을 만드는 회사를 경영하던 청년이었다. 그는 프랑스 샴페인의 애호가였다. 그가 신혼의 단꿈에 젖어있던 그 시기는 나파 밸리 전체의 와이너리 숫자가 채 20개도 안 되던 시절이었다. Fly me to the moon이란 유명한 노래의 가사처럼 인간이 달에 갈 수 있다는 꿈을 꾸던 시절 그는 캘리포니아에서 샴페인을 만들겠다는 생각에 마음이 부풀었다.
2차 대전 이후에 한스 코넬이란 인물이 나파 밸리에서 리슬링을 주품종으로 하여 병에서 2차 발효를 시켜서 스파클링 와인을 만들었다는 기록이 있었지만 샴페인 지역에서 사용하는 포도품종과 제조법을 그대로 사용하여 스파클링 와인을 만든 전례가 60년대 이전까지 미국에는 없었다. 1965년 잭과 그의 아내 제이미 데이비스는 샴페인 제조법(Method Champenois)을 이용해 미국 최초로 스파클링 와인을 만들었는데 이로서 이 젊은 부부는 프랑스 샴페인의 탄생과 발전에 있어서 혁혁한 업적을 남긴 수도사 피에르 페리뇽(Dom Pierre Perignon)이나 위대한 과부 클리코 여사(Veuve Clicquot)에 버금가는 업적을 미국 와인사에 남긴 인물이 되었다.
전통 샴페인 방식으로 스파클링 와인을 만들겠다는 데이비스 부부의 결심은 일찍이 1862년 독일계 이주민인 야콥 슈람(Jacob Schram)이 최초로 조성했으나 금주령으로 운명을 다 한 역사적인 포도원을 1965년에 인수함으로써 실현이 되었으며 부부는 새 와이너리의 이름을 창업자의 이름에 ‘산’을 뜻하는 berg를 덧붙인 Schramsberg(독일어 발음 슈람스베르크,영어발음 슈램스버그)라고 지었다.
데이비스 부부에게 1965년은 그들 인생에 있어서 중요한 일들이 많이도 일어났다. 미국 와인역사에서 샴페인 제조법으로 만들어진 최초의 스파클링 와인인 Schramsberg Blanc de Blanc이 같은 해에 만들어졌고, 또 하나 같은 해에 이 부부의 막내 아기가 세상에 태어났다. 훗날 미국 나아가 뉴월드를 대표하는 최고의 스파클링 와인메이커가 될 운명을 진 아기였으니 입에 ‘은빛 거품’을 물고 태어난 아기, 즉 ‘a baby born with silver bubbles in his mouth’였던 것이다. (주: 부유한 가정에 태어난 아기를 의미하는 영어속담 a baby born with a silver spoon in his mouth에서 착안한 표현)
이 아기의 이름은 휴 데이비스(Hugh Davies)로, 2005년 슈램스버그의 CEO로 임명되었으며 그 전까지는 와인양조학의 세계적 명문US Davis에서 와인양조학 석사를 받고 프랑스 최대의 샴페인 회사인 Moet&Chandon, 남호주의 Petaluma winery, 또 하나의 대형 샴페인 회사가 미국 나파 밸리에 세운 Mumm Napa에서 양조 경력을 쌓고 슈램스버그에 합류하여 와인메이커로 일하던 인물이다.
슈램스버그의 초창기 역사에 대해서 휴 데이비스는 이렇게 말한다. “제 부모님은 와인애호가셨지만 포도재배에 경험이 없었어요. 당신들이 인수한 포도밭에 피노 누아와 샤도네이 품종을 심으셨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나파 밸리에서도 더운 미세기후를 지니는 다이아몬드 마운튼 지역에 서늘한 기후를 좋아하는 이런 품종들을 심었다는 것은 한눈에도 자연스러운 일이 아니지만 당시 이 부부의 선택은 샴페인 제조법을 따른 자연스러운 결정이었어요. 그럼에도 부모님은 ‘최초’라는 역사적 의미만 풍부한 스파클링 와인이 아닌 실제로 꽤 좋은 스파클링 와인을 만드셨어요. 그래서 저는 두 분을 아주 존경합니다.”
그는 안경을 만지작거리면서 말을 이어갔다. “이후 경험과 지식이 축적되면서 1994년 이 포도밭에 보르도 품종을 식재하여 2001년부터 J. Davies라는 이름의 고급 카버네 소비뇽 와인을 만들고 있어요. 제가 주도한 결정이예요. 우리 와이너리가 나파 밸리에 위치하기 때문에 지금도 많은 사람들은 우리가 나파 밸리산 포도로만 스파클링 와인을 만든다고 오해하세요. 그럼 우리가 어디서 어떻게 스파클링 와인을 만드는지 궁금하지 않으세요?”
- 끝 –
나파 밸리의 인물열전 (7) – 거품 없는 진짜 거품맨 휴 데이비스 에서 계속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