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 [FOOD & WINE] 양진원 대표의 와인 마리아쥬 #50. 바삭하게 한잔! 전 요리와 어울리는 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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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나라셀라 작성일2020-05-08 13:39 조회49,352회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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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삭하게 한잔
비가 와도, 돈이 없어도 우리는 부침개를 부친다. 바삭하고 고소한 부침개가 눅눅한 기분을 살려주기 때문일까 생각도 들지만 사실 한국인은 대부분 전을 좋아한다. 전통음식에도 튀김보다는 전이 많은 것을 보면 전은 이 땅의 베스트셀러이자 스테디셀러라고나 할까. 우리 몸은 자주, 또 격렬하게 바삭하고 기름진 것을 원한다. 비가 오면 생각나는 그 사람보다 더 친근한 한국인의 소울푸드 부침개에 초간장과 막걸리가 아닌 상큼한 와인을 더해본다. 바삭바삭한 전과 크리스피한 와인의 만남은 잃어버린 영혼의 짝을 만난 듯 잘 어울림 그 이상이다.
해물파전과 루피노 프로세코 엑스트라 드라이 Ruffino Prosecco Extra Dry
낙지, 오징어, 새우, 쪽파를 샀다. 그리고 세상에서 가장 큰 부자가 된 기분으로 파보다 더 많은 해물을 올려 해물파전을 부쳤다. 얼음물을 사용하거나 미리 반죽을 냉장고에 넣어두었다가 부쳐낸 파삭파삭한 파전은 그렇지 않아도 맛있는 프로세코 맛을 더 끌어 올려준다. 루피노 프로세코 엑스트라 드라이의 달콤한 기운은 달달한 파와 해산물과 좋은 조화를 이루며 산듯한 산도는 입술에 묻은 번들번들한 기름기를 말끔하게 쓸어내린다. 루피노 프로세코는 글레라(Glera)를 주품종으로 샤도네이와 피노 블랑이 약 15% 블랜딩 되어 꽃내음이 더 돋보인다. 잘 익은 사과와 배, 레몬, 라임과 같은 시트러스 계열의 신선한 과실미에 은은한 흰 꽃향기을 즐길 수 있다. 음식을 준비하면서 먼저 한 잔, 부침개와 한 잔 마시다 보면 순식간에 한 병이 비워진다.
김치 베이컨 부침개와 카스텔로 디 퀘르체토 끼안티 클라시코 Castello di Querceto Chianti Classico
네이버에 ‘김치부침개’를 검색하면 제일 먼저 ‘김치부침개 바삭하게’가 뜬다. 그렇지 부침개는 바삭해야 제맛이지. 반죽을 차게 유지하고 튀김가루를 섞는 등 여러 방법이 있지만 그중 가장 효과가 좋은 건 역시 동물성 지방, 돼지기름을 사용하는 거다. 라드를 쓸 수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김치와 궁합이 좋은 베이컨 사용을 적극적으로 권장한다. 베이컨을 듬뿍 썰어 볶다가 기름이 충분히 생기면 그 기름에 반죽을 구워낸다. 베이컨의 고급스러운 향과 육질을 품은 김치전에는 미디엄 바디의 산도가 충만한 카스텔로 디 퀘르체토 끼안티 클라시코를 추천한다. 레드 베리 향을 기본으로 체리, 후추 등의 스파이시한 뉘앙스를 담고 있어 아로마적으로도 매콤한 음식에 밀리지 않으며 자갈이 많은 땅에서 자라난 산지오베제 특유의 산도와 부드러운 탄닌감이 좋은 조화를 이루어낸다. 김치전의 이탈리아 소울메이트.
바지락 미나리전과 구스타브 로렌츠 리슬링 리저브 Gustave Lorentz Riesling
장을 보다가 깐 바지락과 미나리를 집었다. 봄철 대표 식자재인 바지락과 미나리의 만남은 맛있는 것과 맛있는 것의 조합인 치트키. 거기에 한술 더 떠 미네널러티가 가득 담긴 리슬링을 더해보았다. 달큰한 기운이 있으면서도 향기로운 바지락 미나리 전과 페트롤과 복숭아, 레몬 제스트 아로마가 가득 담긴 우아한 와인과 훌륭한 조화를 이루어내며 생동감 있는 산미가 입안을 말끔하게 정리한다. 구스타브 로렌츠는 2000년부터 베르그 하임 포도밭을 시작으로 유기농으로 개간, 2009년에는 소유한 모든 포도밭에 유기농 인증을 받았다. 가장 자연스러운 와인의 모습을 병 안에 담아낸 알자스 유기농 와인의 선구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