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 [FOOD & WINE] 동남아 음식과 어울리는 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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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나라셀라 작성일2018-10-01 17:27 조회51,127회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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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콤, 새콤, 달콤! 오미(五味)를 자극하는 동남아 음식과 어울리는 와인
동남아 음식, 콕 집어 말하자면 태국 음식에 심취하게 된 건 20대 초 영국에서 어학연수를 하면서였다. 생활비가 비쌌지만, 다행히 학생비자로도 간단한 일을 할 수 있었기에 근 1년간 체류하면서 태국 음식점에서 아르바이트했다. 왜 태국 음식이었냐고 묻는다면, 그곳이 집 근처에서 유일하게 아시안 푸드를 파는 곳이었다. 처음에는 단순히 용돈을 벌 요량으로 시작했지만, 뒤돌아보면 영국인과 결혼해 그곳에 뿌리를 내린 태국 분들과 친해지면서 그들의 식문화를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된 감사한 시간이다. 함께 일하고 식사하면서 나의 식생활도 바뀌어갔다. 아직도 20여 년 전에 처음 맛보게 된 그린 커리, 팟타이, 뿌팟퐁커리, 새우튀김인 텃만꿍의 맛이 생생히 기억나는 것은 물론이며 요즘에도 주기적으로 이 음식들을 찾는다. 와인 맛을 처음 알게 된 것도 영국에서였다. 2000년의 와인 소비 역사를 지닌 곳에서 생활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한 두잔씩 슬금슬금 와인을 곁들여 식사하게 되었고 이렇게 개성이 강한 음식에도 와인이 어울릴 수 있구나 하는 것을 경험으로 익혔다. 맵고, 시고, 달고, 짜고 온갖 플레이버가 통통 튀는 살아있는 자극적인 태국 음식에도 와인이 어울릴까? 정답은 Yes! 영국에서도 잘 먹히던, 동남아 음식과 잘 어울리는 와인 페어링을 제안한다.
텃만꿍과 자르데또 프로세코 폰데고 드라이 Zardetto Superiore Fondego Dry
‘텃만’은 반죽을 입혀 튀긴 것을 의미하고 ‘꿍’은 새우를 뜻한다. 다진 새우를 튀겨내 달콤, 새콤, 매콤한 칠리소스를 찍어 먹는 요리가 텃만꿍이다. 신발이나 고무도 튀기면 맛있다는 농담을 하는데 새우를 그것도 살만 모아 다져서 튀겼으니 맛이 없을 리가 없다. 하지만 입안에 남아있는 기름기가 살짝 부담스럽다면 그때는 자르데또 프로세코 폰데고 드라이가 나설 시간. 아주 강한 단맛은 아니지만 후미에 살짝 감도는 달콤한 뉘앙스가 새우의 감칠맛과 훌륭한 조화를 이루어낸다. 파인애플과 같은 열대과실의 향과 잘 익은 살구, 시트러스 아로마가 입안에 침을 고이게 하고 기분 좋은 산도감과 거품, 매끄러운 질감을 선사해 와인만 마셔도 훌륭한 식전주의 역할을 해낸다. 프로세코는 탱크에서 대량으로 2차 발효를 하는 샤르마 방식(Méthode Charmat)으로 기포를 만든다. 그 덕에 작업에 들어가는 비용이 절약되면서 보다 가벼운 마음으로 양질의 와인을 구매할 수 있다. 이렇게 가격대비 뛰어난 퀄리티를 지닌 와인을 마시다 보면 ‘자르데또’가 왜 미국 시장에서 10년간 ‘판매 1위 프로세코’를 단 한 번도 놓친 적이 없는지, 아시아에서 가장 많이 판매되는 국가가 태국인지 수긍이 간다.
뿌팟퐁커리와 케이머스 메르솔레이 리저브 샤도네이 Caymus Mer-Soleil Reserve Chardonnay
메르는 바다, 솔레이는 태양으로 그야말로 바다와 땅의 에너지를 고스란히 담아냈다. 몬터레이 지역의 태양과 태평양의 바람을 잘 표현한 와인으로 파인애플과 같은 열대과일, 레몬 꽃, 백도, 서양배 등의 화려한 과실 아로마가 아름답다. 오크 터치가 있어 부드러우면서도 절대 무겁거나 부담스럽지 않다. 탄탄한 산도로 밸런스가 잘 잡혀있고 효모의 영향으로 구수한 향 또한 느껴져 정겨운 와인이다. 페어링 음식으로는 뿌팟퐁커리를 추천한다. 감칠맛이 좋은 튀긴 게살에 와인의 산도가 더해져 음식이 더욱 깔끔하게 느껴지고 커리와 같은 강한 향신료에도 와인의 인텐시티가 좋아 밀려나지 않는다.
팟타이와 발타자 레스 리슬링 슈페트레제 Balthasar Ress Riesling Spatlese
발타자 레스 리슬링 슈페트레제는 아주 달지도, 또 아주 드라이하지도 않은 매력적인 와인이다. 2011년 빈티지가 현재 유통중인데 이제 막 와인의 깊이를 더해주는 숙성이 시작되어 리슬링 특유의 부싯돌, 페트롤의 아로마가 아름답게 피어난다. 입안을 가득 채우는 쥬이시한 복숭아, 추석 선물로 들어온 부사의 풍부한 향이 떠오르며 크리미하고 살짝 너티해 우아함을 더해준다. 팟타이와 같이 달달한 볶음국수와 함께 해도 밸런스가 좋고 그린 커리와 같이 살짝 매콤한 음식과는 매운맛을 상쇄시켜주며 또다른 조화를 이루어낸다. 음식과 잘 어울리는 포인트가 많은 음식 친화적인 와인이면서도 사실 와인 자체가 훌륭해서 대단한 음식을 곁들이지 않아도 좋다. 에뿌아즈(epoisses)와 같은 워시드 치즈를 한 조각만 곁들여도 충분히 훌륭한 안주가 되고 와인만 마셔도 만족감이 높다. 와인을 마시다 보면 격이 있는 와인이라는 생각이 드는데, 실제 태생도 격이 높다. 포도가 생산되고 있는 하텐하임 뉘스부르넨(Hattenheim Nussbrunnen)은 그로세 라게(Grosse Lage) 즉, 그랑 크뤼급 밭이다. 빈야드 이름은 주변에 호수가 있었기에 그것을 따라 붙였다. 남동향의 밭은 개암나무로 둘러싸여 있고 아직 남아있는 호수는 북쪽에서 불어오는 찬 바람을 막아주는 큰 역할을 한다. 슈페트레제는 레이트 하베스트(late harvest)로 수확을 늦게 해 수분을 날려버리고 남아있는 포도 농축액으로 알코올 발효를 해 자연적으로 달콤하게 만들어진 와인을 이야기한다. 달달하면서도 아주 당도가 높지 않아서 식사 중에도 식사 후에도 자리를 빛낸다. 도수 또한 10도로 높지 않아 부담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