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 [FOOD & WINE] 황제의 식탁이 부럽지 않다! 전복 버터구이와 샤도네이
페이지 정보
작성자 나라셀라 작성일2017-08-02 14:56 조회50,560회관련링크
본문
어른이 되고 나서 좋은 것 중 하나를 꼽는다면 메뉴 선택권이 온전히 내게 있다는 거다. 예를 들면 오늘 밤, 전복이 몹시 당긴다면 백화점에서 10마리쯤 사다가 실컷 구워 먹을 수 있다는 것. 하핫! 예전에는 죽을 만드는 재료 정도로만 생각했던 전복이 실제로는 훨씬 더 맛있는 음식이란 걸 깨달은 입맛의 변화도 감사할 일이다. 익히지 않은 살을 오독오독 씹으면 짭짤한 바다 향이 퍼지고, 굽거나 찌면 야들야들하고 쫄깃한 살이 입안을 가득 채우는 묘미를 알아가는 건 얼마나 즐거운 일인가!
전복은 패류의 황제라고 불리는데 ‘황제’라는 별명에 걸맞게 하나같이 힘 있는 인물들이 전복을 좋아했다. 진시황제는 불로장생을 위해 전복을 챙겨 먹었다고 하고, 삼국지의 조조는 전복이 많이 생산되지 않음을 아쉬워했다고 한다. 진시황제가 열광한 식자재, 전복. 전복은 실제로 영양학적 가치가 높다. 저열량, 저지방, 고단백 식품으로 현대인에게도 안성맞춤. 특히 전복 속에는 아미노산이 풍부한데 타우린, 아르지닌, 메싸이오닌, 시스테인 등이 함유되어 있다. 타우린은 박카스 속에 들어있는 바로 그 아미노산으로 먹고 나면 힘이 솟는다. 전복에는 100g당 타우린이 약 1.8g이 들어있어 패류중 최고 수준을 기록한다. 메싸이오닌, 시스테인은 황 성분이 든 아미노산으로 피로해소, 병후 원기 회복, 간해독을 돕는다. 와인러버에게 꼭 필요한 영양소가 아닐 수 없다. 마지막으로 아르지닌은 무어라 말을 할 수 없는, 설명할 수 없는 참 좋은~ 그것에 좋다. 무조건 좋다.
전복은 익히면 감칠맛이 더 돈다. 나는 가끔 전복을 잔뜩 사와서 버터 구이를 해 먹는다. 빠르게 만들어 낼 수 있고, 재료만 잘 사오면 별다른 노력 없이도 식탁을 빛나게 할 수 있다. 전복 손질은 의외로 간단하다. 솔을 이용해 패각과 살 부분을 말끔하게 씻고 숟가락을 아랫부분 살 깊숙이 넣어 분리한다. 그리고 내장을 잘라 내면 끝. 칼집을 내주면 맛도 식감도 더 좋다. 혹시 먹다 남은 전복이 있다면 원하는 식감에 따라 얇게 저미거나 깍뚝썰기를 해서 볶음밥을 만들어 먹어도 훌륭하다. 버터 향이 솔솔 풍기는 전복구이와 볶음밥에 훌륭한 화이트 와인 한 잔을 곁들이면 세상 부러울 것이 없으니까.
● 케이머스 메르 솔레이 샤도네이 Caymus Mer Soleil Chardonnay
메르 솔레이는 불어로 바다(메르, mer)와 태양(솔레이, soleil)를 뜻한다. 그야말로 바다와 땅의 에너지를 고스란히 담아낸 와인. 케이머스 빈야드(Caymus Vindyard)의 오너이자 와인메이커인 샤를리 와그너(Charlie Wagner)는 이 와인이 몬트레이(Monterey) 지역의 태양과 태평양의 바람을 그대로 표현했다고 설명한다.
파인애플과 같은 열대과일, 레몬 꽃, 백도, 서양배 등의 화려한 과실 아로마가 아름답다. 오크 터치가 있어 부드러우면서도 절대 무겁거나 부담스럽지 않은 와인이다. 탄탄한 산도로 밸런스가 잘 잡혀있다. 효모의 영향으로 구수한 향 또한 느껴져 정겹다. 전복 구이를 곁들이면 미네널러티가 부각되어 복합미가 한층 더해지는 느낌이다.
● 몬테스 알파 블랙라벨 샤도네이 Montes Alpha Black Label Chardonnay
와인은 몰라도 몬테스는 안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압도적인 지지를 보이는 와인. 몬테스는 1998년 국내에 처음 소개된 이래 오늘날까지 누적 판매량이 800만 병에 이르며 2002년 FIFA 월드컵 조 추첨 행사, 2003년 칠레 대통령 방한 만찬, 2005년 APEC 정상회담 만찬 등 국제적인 주요 행사에서 만찬주로 사용되었다. 최근 2012년 빈티지부터는 칠레 포도 재배 혁신의 중심에 있는 드라이 파밍(Dry farming, 건조 농법)을 실시해 더욱 집중도가 높은 와인을 선보이고 있다.
몬테스 블랙은 몬테스 알파의 프리미엄 버전으로 샤도네이를 만드는 밭은 태평양과 인접한 아콩카구아 코스타(Aconcagua Costa)에 있어 해풍의 영향으로 천천히 포도가 익어가며 덕분에 좋은 산도를 지니게 된다. 칠레 샤도네이의 상위 버전이라고 생각하면 언뜻 묵직하고 오키한 와인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몬테스 알파 블랙라벨 샤도네이는 인텐시티는 좋으면서도 오크 사용은 절제해 과실의 풍미를 잘 이끌어냈다. 복숭아와 같은 핵과의 부드러운 향에서부터 열대과실의 풍부한 아로마가 즐겁다. 입안에 들어가자마자 느껴지는 미네널러티가 인상적. 신선한 화이트 와인이 지녀야 할 덕목을 잘 갖추었다. 새오크 사용은 40% 12개월간 숙성을 거쳐 기분 좋은 유질감과 토스티한 풍미를 지니고 있다. 전복 버터 볶음밥과 같이 작은 일상속의 사치를 누리기에 훌륭한 아이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