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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 [행사 후기] 그르기치 힐스 수확 캠프(Crush Cam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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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나라셀라 작성일2017-10-11 14:40 조회37,160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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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르기치 힐스 수확 캠프(Crush Camp) 후기
 
그르기치 힐스(Grgich Hills)는 1976년 파리의 심판 1위 와인을 만든 마이크 그르기치(Mike Grgich)가 설립하여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나파 밸리의 대표적인 와인 생산자입니다.

이곳에서 작년에 이어 올해 두 번째로 “Grgich Hills Crush Camp” 라는 이벤트가 열렸습니다. 수확 시즌을 맞아 주요 Distributor(미국 도매상, 해외 수입상)를 와이너리로 초청하여, 오너와 와인메이커가 전하는 양조 철학과 현장의 생생한 이야기를 직접 보고 듣고 느낄 수 있는 특별한 체험 행사입니다. 9월 11일~12일 양일에 걸쳐 진행된 행사의 첫 날은 미국 각지(워싱턴, 오레건, 뉴욕 등)와 캐나다, 그리고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초청받은 나라셀라의 브랜드 매니저까지 총 11명의 인원들이 서로 친밀해지는 웰컴 디너가 열렸고, 이튿날부터 본격적인 프로그램이 시작되었습니다.

 

1. 그르기치 빈야드에서 아침을,,,
이튿날 첫 일정은 아메리칸 캐년 빈야드(American Caynon Vineyard)에서의 아침 식사였습니다. 포도밭이라고는 믿기 힘들만큼 다채로운 동식물이 공존하는 평화로운 풍경에 소박하면서도 건강한 아침 식사가 마련되었습니다. 식사와 함께 1986년부터 와이너리와 함께해 온 크로아티아 태생의 와인메이커, 이보 제라마즈(Ivo Jeramaz) 씨가 양조 철학에 대해 열정을 담아 설명해 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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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르기치 힐스는 나파 밸리에 총 5개의 자가 소유 포도밭(Estate Vineyard)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포도밭은 아래 지도와 같이 나파에서 가장 덥고 큰 일교차로 강건한 와인이 생산되는 최북단 칼리스토가부터 산 파블로 만의 영향으로 가장 서늘한 아메리칸 캐년까지 다양한 기후대에 걸쳐있어 다양한 품종 재배와 복합적인 풍미 생성에 유리한 조건을 갖추고 있습니다.

 

2007년부터 100% 자가 소유 밭의 포도로만 와인을 생산하고 있는데, 포도를 매입하여 생산하는 것에 비해 더 많은 비용과 노력이 소요됨에도 불구하고 이를 고집하는 이유는, “와인의 본질은 포도밭에서 결정된다”는 양조 철학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또한 2006년부터는 일체의 제초제 및 화학 비료를 사용하지 않고 100% 유기 재배를 시행하여, 유기 재배(Made with Organic Grapes certified by STELLAR CERTIFICATION SERVICES) 및 바이오 다이나믹(Made from Biodynamic® Grapes certified by DEMETER®) 인증을 획득하였습니다. 포도밭에 유해한 곤충이나 박테리아의 제거 및 양분 부족 등을 극복하기 위해 포도밭 주변에 다양한 동식물이 공존하는 생태계적 다양성을 조성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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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 그르기치 힐스가 보유한 포도밭 / 중: 포도밭의 유해한 곤충을 먹는 조류들 / 우: 포도밭에서 생산된 올리브 오일, 꿀, 무화과, 계란)

 

유기 재배와 더불어 자연상에 존재하는 천연 이스트만을 사용해 발효하고 다른 생산자들에 비해 일찍 수확하여 와인의 알코올 도수가 지나치게 높아지는 것을 제한하고 있습니다. 또한 수령이 오래된 나무가 병충해에 취약하여 개간하는 생산자들이 많지만 나무의 수령이 오래될수록 와인에 토양의 특성이 잘 드러날 수 있기 때문에 최대한 수령을 길게 유지하고 있습니다.

 

와인은 코카콜라가 아니기 때문에, 특정한 스타일로 규격화된 와인을 만들기 위해 인위적인 요소들을 가하기 보다는 매 해 빈티지의 특성을 자연스럽게 반영한 와인을 만드는 것이 그르기치의 철학이며, 그렇게 만든 와인에만 "테루아"라는 용어를 사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포도 재배와 와인 생산은 자식을 기르는 것과 마찬가지로, 별다른 요령이나 비법이 없고, 그저 오랜 시간과 주의와 노력을 기울이는 것뿐이라는 와인메이커 Ivo씨의 설명에서 요즘 유행하는 "진정성"의 의미를 가슴 깊은 울림으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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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 58년 수령의 올드 바인들 / 우: 와인메이커 Ivo)

 

2. 살아있는 전설, 마이크 그르기치(Mike Grgich)를 만나다.
오전 일정을 마치고 점심 식사를 하러 이동한 곳에서 예정에는 없었던 그르기치 힐스의 오너, 마이크 그르기치 씨가 점심 식사에 함께 한다는 놀라운 소식을 접하게되어, 모두가 설레고 떨리는 마음으로 마이크 씨를 맞이했습니다.


1923년 태생, 올해 95세인 마이크 그르기치(Miljenko "Mike" Grgich)는 크로아티아에서 태어나 35세에 무일푼으로 미국에 건너와 볼리우 빈야드, 로버트 몬다비를 거쳐 샤또 몬텔레나의 와인메이커로 일하며 1976년 파리의 심판에서 1위를 차지한 화이트 와인을 만들며 전 세계에 그 이름을 알리게 되었습니다. 1977년 그르기치 힐스를 설립한 이후에는 미국 레이건 대통령이 1982년에 프랑스를 방문하여 미테랑 대통령과 함께한 만찬 자리에서 그르기치 힐스를 대접하여 다시 한번 미국을 대표하는 와인 생산자로 이름을 알리게 되었습니다. 2008년 양조가 명예의 전당(Vintner’s Hall of Fame)에 헌정되고, 그가 만든 와인(몬텔레나 샤도네이 1973)이 스미스 소니언 재단에 의해 ‘미국을 만든 101가지 물건 중 하나’로서 링컨의 모자, 벨의 전화기, 닐 암스트롱의 우주복과 함께 선정될 만큼, 그는 “미국의 살아있는 역사” 그 자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고령의 연세에도 불구하고 마스코트인 푸른 베레모를 쓴 단정한 모습으로 함께한 마이크씨는 시종 일관 인자한 미소로 참가자들의 질문에 친절하게 답변해 주었습니다. 마이크씨의 본명은 밀옌코(Miljenko)로 발음하기 어려워 마이크(Mike)라는 미국식 이름을 만들었다고 하여, 한국식 이름인 지선(Jisun) 대신 영문 이름을 지어달라는 브랜드 매니저의 요청에 줄리(Julie)가 잘 어울릴 것 같다며 환한 미소로 화답해 주신 마이크 그르기치 씨와의 소중한 만남은 평생 잊을 수 없는 순간으로 간직하게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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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체험! 와인 생산 현장 & 테이스팅
와이너리 양조 시설로 자리를 옮겨 수확 후 제경 및 파쇄 - 압착 – 발효 - 숙성- 병입에 이르는 전 과정을 해당 시설 견학과 함께 상세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당일 새벽 막 압착을 마친 Freerun Juice와 알코올 발효가 진행된 후의 Freerun wine을 비교해서 테이스팅 해보며 색과 맛의 변화를 확연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발효 후 블렌딩을 마친 와인이 숙성되는 배럴 저장고의 이름이 <Honeymoon Suite>인데, 그 옆에는 마이크 그르기치의 딸이자 현재 와이너리의 부회장인 바이올렛 그르기치(Violet Grgich)의 결혼사진이 걸려있어 웃음을 자아냈습니다.


이어 신나는 <Grgich Hills Grape Stomp> 순서가 이어졌습니다. 옛날 방식대로 포도를 발로 밟아 파쇄하는 체험행사로, 8월 중순부터 10월 말경까지 와이너리에서 체험이 가능합니다. 다들 포도를 실제로 밟아본 것이 처음이었기에 신기한 경험이었습니다. 신나는 음악을 들으면서 와인을 마시며 춤추듯 포도를 밟은 후 기념으로 티셔츠에 보라색 발 도장을 찍고 나니 또 하나의 잊지 못할 추억이 만들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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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스팅 룸으로 자리를 옮겨 나파 밸리 샤도네이의 지존, 그르기치가 생산하는 5가지의 샤도네이를 심도 있게 비교 테이스팅 하는 시간이 마련되었습니다.


모두 샤도네이 100%로 만드는 와인임에도 확연하게 드러나는 차이가 정말 인상적이었습니다. 국내에 수입되고 있는 나파 밸리 샤도네이가 시트러스부터 열대과일 까지 다양한 과일 풍미의 스펙트럼과 미디움 바디를 갖춘 가장 대중적인 스타일이라면, 나머지 샤도네이들은 연간 소량 한정 생산되는 샤도네이들로 테루아의 특성에 따라 미네랄리티가 두드러지거나 오크 풍미가 강조되는 등 각자의 개성이 뚜렷하여, 샤도네이 애호가라면 모두 소장하고 싶을 만큼 매력적인 제품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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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피자 & 와인 페어링 경연의 밤
아침부터 빠듯한 교육 스케줄을 모두 마친 참가자 전원에게 Grgich Ambassador 기념 증서를 수여한 후, 이제 대망의 마지막 행사인 피자 & 와인 페어링 경연이 시작되었습니다.

 

4개의 팀으로 나누어 제비 뽑기로 와인을 선정하고 해당 와인에 가장 잘 어울리는 피자를 만든 팀이 우승을 차지하는 행사로 와이너리 앞마당에 각종 토핑과 화덕이 준비되었고 심사는 도도한 미모만큼 까다로운 입맛을 가진 바이올렛 그르기치 씨가 맡아주었습니다.


샤도네이, 진판델, 멀롯, 카버네 소비뇽. 총 4개의 와인을 가지고 각 팀이 불꽃 튀는 경쟁을 펼친끝에 오리고기 토핑을 얹은 피자와 진판델 와인을 선보인 Team ZEE 가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그르기치의 와인 스타일은 알코올 도수가 높지 않고 산도가 잘 살아있는 밸런스가 빼어난 스타일이라 다양한 음식과 페어링하기 좋다는 장점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고 모든 일정이 끝나고 각 팀이 만든 피자와 그르기치의 와인들을 마시며 모두가 충분히 행복했던 나파 밸리에서의 잊지 못할 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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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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