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 [FOOD & WINE] 양진원 대표의 와인 마리아쥬 #39. 와인과 치즈 페어링 가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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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나라셀라 작성일2019-06-11 11:31 조회77,262회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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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과 치즈 페어링 가이드
와인과 음식이 만나는 순간을 ‘마리아주’라 칭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기본 원칙에 공통점이 있기 때문이다. 남녀의 만남은 성격이 비슷할 때뿐 아니라 정반대일 경우에도 서로의 부족한 면을 보완하며 잘 지낸다. 환경적 요인이 큰 요소로 다가오는 것도 같다.
같은 지역에서 생산되는 와인과 치즈를 매칭한다.
짝을 고를 때 배경이 비슷한 사람을 택하라는 어른들의 말씀처럼, 와인 생산국에서는 떼루아(Terroir)가 일치하는 와인과 치즈는 틀림없이 잘 어울린다고 한다. 부르고뉴(Bourgogne)에서 보르도(Bordeaux) 와인을 구하기 어려웠던 시절에는 와인과 치즈의 마리아주에 관한 깊은 연구가 필요하지 않았다. 문제가 있었다면 자연스럽게 역사와 함께 사라지거나 한쪽이 변화했을 테니. 정 안 맞으면 이혼을 하든지 아니면 서로 맞춰가며 적절히 살아가는 현명한 부부 생활과도 같다. 금슬 좋은 부부의 예로 염소치즈와 소비뇽 블랑의 만남을 들 수 있다. 프랑스 중서부에 위치한 뻬이 드 라 루아르(Pays de la Loire) 지방은 발랑세(Valençay), 크로땅 드 샤비뇰(Crottin de Chavignol) 등으로 대표되는 훌륭한 염소젖 치즈가 생산되며 쌍쎄르(Sancerre), 푸이 퓌메(Pouilly Fumé)는 소비뇽 블랑 생산지로도 유명하다. 이들의 만남은 와인과 치즈 매칭의 가장 훌륭한 사례 중 하나다. 머릿속에서 폭죽이 터지는 것과 같은 환상을 느끼게 될 테니 와인 러버라면, 치즈 마니아라면 반드시 경험해 보아야 한다. 그러나, 이 치즈들은 국내에서 유통이 되지 않는다.
외국인을 만나도 잘 살 수 있다.
떼루아가 맞는 페어링은 실패를 줄여준다. 하지만 우리는 생산국이 아닌 소비국에 살고 있으니 대안이 필요하다. ‘꿩 대신 닭’이라고 하지만 닭도 굉장히 맛있으니 아쉬워만 할 필요는 없다. 전 세계에서 수입되는 치즈와 와인을 스타일로 나누어 보면 상당히 좋은 조합이 나오니.
산미가 있는 와인과 치즈와의 매칭
오크 숙성을 하지 않은 산미가 풍부한 화이트 와인은 염도가 높은 음식을 만나면 상대적으로 산미가 약해진다. 입안에서 음식의 지방을 제거하는 역할을 하기도 해서 느끼한 음식이나 신맛이 나는 음식과도 잘 어울리며, 달콤한 음식에 곁들일 때에는 상대적으로 산미를 덜 느끼게 된다. 염소 치즈와 상쾌한 소비뇽 블랑의 결합이 단적인 예로, 날카롭다고 느낄 만큼 산미가 강한 화이트 와인이 지방질과 염분을 지닌 치즈와 만나 서로의 단점을 보완하며 균형점을 찾는다. 실제로 수많은 치즈 페어링 수업을 하면서 이 예시를 보여주는 것이 앙리 부르주아 상세르 블랑 레 바론(Henri Bourgeois Sancerre Blanc Les Baronnes)과 샤브루(Chavroux), 페타(feta)치즈와의 조합이다. 앙리 부르주아는 상세르 지역의 심장인 샤비뇰(Chavignol) 마을 최고의 포도밭을 보유하고 있다. 레바론이 만들어지는 포도밭은 석회질과 점토가 섞여 있는데, 석회질은 와인에 뼈대를, 점토질은 살집을 만들며 신선하고 스트럭쳐가 확실한 소비뇽 블랑을 표현한다. 잔잔한 흰 꽃내음, 시트러스 아로마와 부드럽고 또 바스러지는 질감을 지닌 치즈와의 조합이 아름답다. 섬세한 와인에서만 표현되는 꽃내음이 치즈와 만나면 더욱 진하게 느껴지는 좋은 결과를 맛볼 수 있다.
스파클링 와인과 치즈 매칭
잔류 당 용량과 관계없이 스파클링 와인과 치즈 매칭은 성공적이다. 치즈를 곁들인 가벼운 안줏거리들이 종종 식전주와 함께 등장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 있다. 그중 최고의 조합은 역시 샴페인과 그 지역에서 생산되는 샤우르스(Chaource)와의 조합이다. 샤우르스는 숙성되면서 점차 크리미해지며 치즈가 어릴 때에는 분상질의 바스라지는 질감을 지니고 있다. 부드러우면서도 짭짤하고 치즈 자체에도 산미가 있어 샴페인과 훌륭한 조합을 보여준다. 샴페인 앙리오 브뤼 수버랭(Champagne Henriot Brut Souverain)은 샴페인 지방에서도 노블한 품종이라고 불리는 샤르도네와 피노누아를 메인으로 사용하며 때에 따라 피노뮈니에를 소량 첨가한다. 또, 리저브 와인과 프레스티지 샴페인 또한 함께 블랜딩해 견고한 바디감을 지니고 있다. 덕분에 음식과 함께해도 밀리지 않는다. 그냥 스파클링 와인이 아닌 ‘샴페인’을 마실 때 느끼고자 하는 브리오슈, 구운 아몬드, 페이스트리의 풍부한 향과 입안에서 지속적으로 터지는 미세한 거품은 연성 치즈의 텍스쳐와 너무나도 잘 녹아 들어간다. 약간의 노력을 기울이면 한국에서도 쉽게 경험해 볼 수 있는 조합이니 샴페인 앙리오를 오픈하는 날에는 꼭 한번 시도해 보길 권한다.
레드 와인과 치즈와의 매칭
타닌이 풍부한 와인은 음식의 달콤한 뉘앙스는 줄여주며 짠 음식에 곁들일 때 떫은맛을 더욱 강하게 한다. 레드 와인에 까망베르나 브리와 같은 연성 치즈를 곁들였을 때 단백질의 응고와 함께 극대화된 떫은맛을 느끼는 이유다. 대신 경성이나 반경성 치즈를 페어링하면 결과가 좋다. 즐겨 찾는 조합은 스위스에서 온 떼뜨 드 무안(Tête de Moine), 프랑스 꽁떼(Comté), 깡딸(Cantel) 등의 치즈와 타닌이 거칠지 않은 미디엄 바디 카베르네 프랑(Cabernet Franc) 품종을 페어링하는 것. 반경성 치즈와 와인이 보여주는 텍스쳐의 밸런스가 훌륭하다. 수업 때 종종 사용하는 와인은 도멘 드 팔루스 레 팡세 드 팔루스(Domaine de Pallus, Les Pensées de Pallus). 팡세 드 팔루스는 석회질 토양에서 유기농법으로 키운 포도로 만들었다. 덕분에 와인에서 편안한 흙내음이 느껴진다. 또, 카베르네 프랑 특유의 라즈베리, 제비꽃, 스모키한 아로마가 치즈에 뿌린 양념처럼 잘 어우러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