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 [FOOD & WINE] 황금 돼지와 어울리는 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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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나라셀라 작성일2019-01-04 08:00 조회39,994회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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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 돼지와 어울리는 와인
2019년 황금 돼지 해가 왔다. 조카가 태어난 2007년도 황금돼지 해였다고 들었건만, 올해가 60년 만에 돌아온 진짜란다. 무엇에 근거한 이야기인가 해서 찾아보니 60 갑자(甲子)시와 중국 철학이 대동 되었다. 물론 나에겐 올해가 황금 돼지건 파란 돼지건 큰 관계가 없다. 다만 그 돼지가 얼마나 맛있느냐가 중요할 뿐. 머리부터 발끝까지 자신을 온전히 내어주는 돼지는 항상 길함의 상징이었다. 예부터 꿈에 이 친구가 나오면 재물이 넘치고 먹을 복이 있다고 보지 않았던가! 기해년(己亥年)을 맞이해 복을 담아 모두 돼지고기 노릇노릇하게 구워 한 점 하시길. 기왕이면 조금 더 귀한 특수부위에 와인 한 잔 곁들이면서.
항정살과 다 빈치 로쏘 디 몬탈치노 Da Vinci Rosso di Montalcino
항정살은 머리와 목을 연결하는 돼지의 목덜미살로 앞다리에서 분리하며 한 마리당 약 600g 정도 나온다. 근섬유 다발의 방향이 일정하고 사이사이 근내지방이 골고루 침착되어 남다른 고소함을 자랑한다. 이렇게 씹는 맛이 있으면서도 기름기를 품은 부위는 다 빈치 로쏘 디 몬탈치노처럼 산미가 있는 와인과 특히 잘 어울린다. 이 와인을 만드는 칸티네 레오나르도 다 빈치(Cantine Leonardo da vinci)는 현재 약 750ha의 밭을 소유하고 있다. 산지오베제 100%로 만든 다 빈치 로쏘 디 몬탈치노는 병입전 슬로베니안 대형 오크통에서 약 8개월간 숙성 과정을 거쳐 부드러운 텍스쳐를 지니면서도 살아있는 산도를 잃지 않았다. 체리와 자두 등의 풍부한 향을 지니고 있어 식사가 더욱더 즐겁다.
갈매기살과 디코이 카버네 소비뇽 Decoy Cabernet Sauvignon
돼지 한 마리당 약 300~400g 정도를 얻을 수 있는 갈매기살은 갈비뼈 안쪽 가슴뼈 끝에서 허리뼈까지 가로지르는 얇고 평평한 횡격막 근을 분리한 부위다. 삼겹살에 속하지만, 갈비뼈에서 분리해 내며 복강에 노출된 운동량이 많은 근육이라 육색이 진하다. 근막이 잘 발달하여 쫄깃한 식감이 일품이며 소고기의 안창살에 비견할만하다. 근섬유 다발의 보수력이 좋아 육즙이 풍부해 디코이 카버네 소비뇽처럼 풍부한 맛과 향을 지닌 와인과 페어링이 좋다. 모카와 라즈베리, 부드러운 오크 터치에서 오는 따뜻한 스파이스 향을 담고 있고 구조감과 텍스쳐가 매력적이다. 갈매기살 구이처럼 양념하지 않은 고기와도 페어링이 좋지만 새콤달콤한 양념을 잔뜩 바른 돼지 등갈비 요리와도 페어링이 좋아 추천하고 싶다. 디코이는 '오바마의 와인'으로, '와인 스펙테이터 올해의 100대 와인 1위'를 한 와인으로 이름이 나 있지만 그 전에 캘리포니아에서 가장 잘 자랄 수 있는 품종으로 이들만의 장점, 개성을 표현하고 있는 사랑스러운 와인이다. 꾸밈없이 직관적이고, 가격을 생각하면 더 놀라운 퀄리티를 보여준다.
가브리살과 랭 트윈스 에스테이트 피노 누아 Lange Twins Estate Pinot Noir
가브리살은 ‘뒤집어쓰다’라는 일본어 ‘가부루(かぶる)’에서 어원이 왔다. 순화용어로는 ‘등겹살’이라고 부른다. 지방이 적어 질길 것 같지만 삼겹살보다 연하고 부드러우면서 쫄깃하다. 지방색은 연한 우윳빛을 띠고 있으며 고급스러운 등지방을 포함한다. 한 마리에 200g 정도 밖에 나오지 않는 귀한 부위이지만 전에는 등잡육으로 분류되어 만두나 햄버거 등을 만들 때 갈아서 사용했다. 그러고 보면 가브리살은 랭 트윈스 에스테이트 피노 누아처럼 숨겨진 보석과도 같다. 랭 트윈스 피노 누아는 아직 많이 알려지지 않은 캘리포니아의 AVA인 클락스버그(Clarksburg)에서 생산한다. 이곳에서 생산되는 포도의 90% 이상은 아직도 나파 밸리로 팔려가고, 여전히 25% 이하의 원액을 블랜딩 할 경우 레이블에는 나파 AVA를 달고 출시가 가능하기에 어떻게 보면 유명한 와인 생산지가 되지 못하고 조력자의 역할을 더 많이 한다. 하지만, 그 덕에 소비자는 가격대비 훌륭한 퀄리티의 와인을 마실 수 있달까. 체리잼, 넘실대는 플로럴한 아로마, 탄탄한 바디감, 오크 터치로 인해 부드러움을 모두 갖추고 있다. 아는 사람 눈에만 보일 훌륭한 퀄리티의 피노 누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