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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 [FOOD & WINE] 닭 한 마리와 와인 한 병만 있다면! 닭 요리와 어울리는 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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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나라셀라 작성일2018-06-04 07:42 조회48,205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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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맛 집을 소개하는 방송에서 우리나라에 있는 치킨집이 전 세계 맥도날드 매장 수보다 많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세상에. 우리는 진정 닭과 사랑에 빠진 국민이란 말인가! 프로그램에 나온 패널도 우리가 닭을 좋아하는 건지 닭을 파는 곳이 많아서 자주 먹게 되는 것인지 헷갈릴 지경이라고 설명하기는 했지만. 혹자는 퇴근길 아빠 손에 들려있는 닭 한 마리는 경제 지표와도 같다고 설명한다. 시대는 다르지만 비슷한 이야기는 프랑스에도 있다. 앙리 4세(Henri IV, 1553~1610)는 “하느님은 모든 국민이 일요일마다 닭고기를 먹길 원하신다”라고 하지 않았던가. 그는 34년간 종교전쟁으로 대혼란을 맞은 프랑스를 수습하고 근대국가로 도약하는 기반을 닦은 부르봉 왕가의 시조였다. 본인은 정치적 이유로 신교와 구교 사이를 왔다 갔다 할 수밖에 없었지만 사실 그의 염원은 백성들이 종교의 속박에서 벗어나 자유롭고 풍요롭게 사는 것이었다. 덕분에 닭은 프랑스의 상징이 되었으며 신교를 믿건 구교를 믿건 주말에는 닭을 먹을 수 있을 정도의 여유를 갖게 되었다. 닭의 변신은 무한하다. 간장 양념을 곁들여 찌거나 매콤하게 볶거나 프랑스 가정식 느낌으로 크림을 섞어 조리해도 맛있다. 이번 주말에는 나도 맛있는 닭 요리와 함께 부내를 폴폴 풍겨봐야지. 매 주마다 닭 한 마리, 와인 한 병이 주는 풍요로움을 만끽하는 것. 괜찮은 삶이 아닌가! 다양한 닭 요리와 어울리는 와인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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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 찜닭에는 루피노 리제르바 두칼레 끼안티 클라시코 리제르바 Ruffino Riserva Ducale Chianti Classico Riserva
그동안 끼안티 와인에는 토마토소스 베이스의 파스타만을 고집해 왔다. 하지만 이제는 나의 베스트 와인 페어링 노트에 찜닭을 추가하고 싶다. 간장 소스의 녹진한 맛과 산미가 좋은 와인, 특히 루피노 리제르바 두칼레 끼안티 클라시코 리제르바와 같이 숙성이 잘 된 와인은 훌륭한 조화를 이룬다. 두칼레는 ‘공작’이라는 뜻으로, 이 와인이 1890년 이탈리아 북서부 지역의 공작에 의해 시작되었기에 이런 이름이 붙었다. 아오스타(Aosta)의 공작은 매년 로마로 성지순례를 떠나면서 종종 토스카나 지역을 여행하곤 했는데 그때마다 피렌체(Firenze)에 있는 루피노 와인셀러에 들러 와인을 맛보는 것 또한 잊지 않았다. 그는 한 와인에 완전히 매료되어 여행을 마치고 로마에서 돌아올 때까지 이 와인을 다른 곳에 팔지 말고 자신을 위해 남겨달라는 당부의 말을 남긴다. 리제르바 두칼레 레인지는 ‘공작이 예약함(Riserva Ducale)’라는 문구를 와인 통에 분필로 써 놓으면서 시작됐다. 산지오베제 80%, 까베르네 소비뇽이 블렌딩 된 와인으로 체리 콩피와 잘 익은 레드 베리의 향을 비롯해 제비꽃, 계피, 후추 등의 스파이시한 향신료 터치, 풍부한 과실과 부드러운 타닌감이 매력적이다. 와인에서 느껴지는 로즈마리와 같은 마른 허브 뉘앙스는 음식맛 또한 더욱 풍부하게 만들어준다. 찜닭에는 빠질 수 없는 당면, 감자 등과 어우러짐도 훌륭하며 달콤한 소스와 와인의 신선한 산미가 좋은 밸런스를 이룬다. 밥까지 소스에 싹싹 비벼 먹을 때에도 자꾸만 와인에 손에 가는 훌륭한 조합이다.


춘천 닭갈비에는 폴 자불레 에네 크로제 에르미타쥬 레 잘레Paul Jaboulet Aine Crozes Hermitage Rouge Les Jalets
춘천 닭갈비는 1960년대 말 선술집에서 숯불에 굽는 술안주로 개발되었으며 군사•교육 도시인 강원도 춘천의 향토 음식으로 잘 알려졌다. 양념 고추장을 발라 재워 둔 닭갈비에 도톰하게 썬 양배추, 고구마, 당근, 파를 가득 넣어 푸짐하다. 값싸고 영양가도 높아 양축업이 성행하고 도계장이 많았던 춘천뿐 아니라 국민 음식으로 자리 잡았다. 물론 맛이 없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프랑스 론 밸리(Rhone Valley) 지역의 터줏대감 폴 자불레가 만드는 레 잘레(Les Jalets) 또한 닭갈비와 사뭇 닮았다. 시라 품종 100%로 만드는 에르미따쥬가 소갈비처럼 큰 명성을 지니고 있다면 크로제 에르미따쥬는 닭갈비처럼 가성비가 좋고 맛깔스럽다. 튼튼한 골격을 이루는 타닌감, 풍부한 붉은 과실의 풍미, 스파이시한 뉘앙스, 짱짱한 미네널러티까지. 단순한 비교 대상이 될 뿐 아니라 매콤하고 달콤한 양념 맛을 더욱 돋워주는 둘의 조합도 훌륭하다. 몇 년 전 프랑스 현지에서 약 10년간 숙성한 레 자레를 만난 적이 있다. 숙성 잠재력을 지닌 실로 어마어마한 내공이 담겨있는 와인이었다. “레 자레”는 자갈을 뜻한다. 이곳의 떼루아를 그대로 보여주는 이름이다.


프랑스 가정식 프리카세에는 듀몰 러시안 리버 밸리 샤도네이 DuMOL Russian River Valley Chardonnay
낯선 이름과는 달리 프리카세(fricassée)를 만드는 방법은 간단하다. 닭고기와 버섯 등을 잘게 썰어 버터에 살짝 볶은 후 크림을 넣은 소스에 뭉근히 익힌 소박한 가정식이다. 요란한 장식은 없지만 어쩐지 있어 보이는 음식인 것은 분명하다. 차린 느낌이 난달까. 듀몰 러시안 리버 밸리 샤도네이 또한 비슷한 느낌이다. 이름만 들어도 준비한 티가 나는 와인이니. 홈 파티 메뉴로 프리카세를 준비했다면 곁들이는 와인으로는 듀몰 러시안 리버 밸리 샤도네이를 추천한다. 미국 오바마 대통령과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이 친구들을 초대할 때 자주 사용한 것처럼. 후진타오 주석, 스페인 대통령, 호주 총리, 영국의 엘리자베스 여왕, 토니 블레어를 초대할 때마다 오바마와 부시는 듀몰을 꺼냈다. 오죽하면 듀몰 와인에는 ‘백악관이 사랑한 와인’이라는 애칭이 붙었다. 듀몰은 품질 유지를 위해 소출량을 줄이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보통 포도밭에서는 1에이커당 1,200여 그루의 포도나무를 심는데, 듀몰의 경우 에이커당 3,600여 그루의 나무를 촘촘히 심는다. 고밀도 식재를 받을 수 있는 땅속 양분과 햇빛이 한정되어있기에 포도나무 간의 경쟁이 높아져 농도가 짙은 열매를 수확할 수 있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소출량은 줄어들면서 해야 할 일은 세 배로 늘어나는 일이기에. 듀몰 러시안 리버 밸리 샤도네이는 손 수확을 거쳐, 일반적인 압착 방식보다 3배 이상의 시간이 걸리는 전송이 압착 방식(Whole Cluster Pressing)으로 만들어졌다. 시트러스와 은은한 바닐라, 버터리한 아로마를 필두로 레몬그라스와 같은 상쾌한 허브 뉘앙스에 복숭아와 서양배 등의 따뜻한 과실 풍미까지 다채로운 감정을 품고 있는 와인이다. 훌륭한 산미로 입안을 깨끗하게 정리해 주면서도 아몬드 등의 견과류 뉘양스가 긴 여운을 선사한다. 조용히 또 우아하게 자리를 빛내는 와인이다. 크림소스를 곁들인 닭고기 요리와 잘 어울리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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