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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 [FOOD & WINE] 양진원 대표의 와인 마리아쥬 #47. 전통시장 스타 음식과 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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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나라셀라 작성일2020-02-06 13:19 조회37,961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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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시장 스타 음식과 와인

며칠 전, 바글바글 끓인 떡볶이에 샴페인을 곁들여서 점심을 먹었다. ‘행복’이나 ‘사랑’ 같은 단어는 되레 쉽게 사용할 일이 없는데, 요리하면서 이미 행복감이 가득 차올랐다. 찐행복이었다. 복잡한 용어며 마리아주 공식이 다 무슨 소용인가. 그냥 이 순간이 마냥 신나는걸. 떡볶이에 샴페인을 호방하게 마시면서 올해도 바쁜 하루 속에도, 와인 앞에서는 잠시나마 여유를 부릴 수 있길 바랐다. 그러고 보면 기쁨은 정말 가까운 곳에 있다. 별것 아닌 음식에 와인이 곁들여지면 마음을 뒤흔들 수 있는 거대한 파동을 만들어 낸다. 비슷한 예로 전통시장의 슈퍼스타들과 함께 와인을 마셔 보길 권한다. 기름 떡볶이, 빈대떡, 고기, 만두에 와인 한 병이 더해지면 보통의 날은 특별한 날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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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마을시장 파오파오 새우만두와 덕혼 나파 밸리 샤도네이 Duckhorn Napa Valley Chardonnay

한때 별명이 ‘만두’였던 적이 있다. 얼굴이 약간 만두같이 생기기도 했지만 만두를 싫어하는 사람은 흔치 않으니 흡족했던 애칭이다. 실제로 나도 만두를 좋아하니 냉동고에 늘 그득그득 차있고, 맛집이 있다고 하면 또 일부러 찾아간다. 그뿐인가, 집에서 만두를 만드는 날에도 설렘이 가득하다. 그러고 보면 샤도네이 상황도 비슷한데, 셀러 안에 이미 다양하게 쟁여 놓고도 끝없이 쇼핑을 하러 다니며 맛보게 된다. 이 둘의 선택지는 수천 수만 개. 선택이 어렵다면 파오파오 새우만두와 덕혼 나파 밸리 샤도네이를 추천한다. 정말 많은 사람들이 인정한 훌륭한 만두와 와인이니. ‘미국 프리미엄 와인의 기준’, ‘오바마의 와인’, ‘와인 스펙테이터 수상작’ 등 많은 수식어가 있는 덕혼 샤도네이는 한마디로 아주 맛있다. 나파 밸리 특유의 풍부함과 꼬뜨 드 본의 샤도네이와 같은 미네널러티를 완성도 높게 잘 표현했달까. 오렌지 꽃(플뢰르 도랑제, fleur d’oranger), 복숭아, 바닐라, 레몬 크림, 머랭의 아로마와 함께 우아하고 균형감이 좋으면서 생동감 있는 산도를 지니고 있다. 친근한 듯 도도한 새우만두와 덕혼 나파 밸리 샤도네이의 조합은 새우살처럼 통통 터지는 쾌감을 선사한다. 


통인시장 기름 떡볶이와 카스텔블랑 D.O. 세코 Castelblanc D.O. Cava Seco 

카스텔블랑은 스파클링 와인 강의를 할 때 늘 사용하는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고품질 까바다. 브리오쉬, 감귤, 복숭아와 살구와 같은 아로마에 섬세한 기포와 부드러운 산미 그리고 후미에 약간의 달콤함까지 지녔다. 와인 자체만으로 즐겨도 완벽하지만 청량한 기포감과 살짝 가미된 당도는 기름지고 매운 음식과 환상의 궁합을 이루어낸다. 밀떡의 말랑함, 기름기, 고춧가루가 주는 엑센트가 있는 통인동 기름 떡볶이는 타국에서 만난 의외의 소울메이트. 마카베오(Macabeo) 30%, 빠레야다(Parellada) 30%, 샤렐로(Xarel-Lo) 40%를 블렌딩했다.  


마장축산물시장 한우특수부위와 몬테스 알파 블랙 라벨 카버네 소비뇽 Montes Alpha Black Label Cabernet Sauvignon

최근 몬테스 브랜드를 취급하고 있는 거대 기업의 임직원 강의를 하던 중 몬테스 레인지별 차이점 설명을 해달라는 질문을 받았다. 물론 테루아와 와인 메이킹 차이를 이야기했지만 다음에는 소고기에 비유해 설명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소고기는 무조건적 사랑이니 사랑의 몬테스와 함께. 몬테스 알파가 안심, 등심이라면 몬테스 알파 블랙 라벨은 소고기 특수부위와 같은 거라고. 살치살, 안창살, 부챗살 어쩜 하나같이 이름도 예쁘다. 몬테스 알파 블랙 라벨은 콜차구아 밸리 내에서도 가장 프리미엄 구획에서 기른 포도를 선별했고 수확 시기를 연장해 더욱 응축된 과실 아로마와 실키한 타닌을 지닌다. 16개월간 프렌치 오크통에서 숙성해 토스티한 풍미와 크리미한 질감이 배가 되었다. 모든 육류와 잘 어울리지만 특별한 와인이니만큼 특별히 더 맛있는 부위와 격을 맞춰주는 건 아주 좋은 아이디어. 시라(10%)와 약간의 카르메네르(5%)가 블렌딩되어 아이덴티티를 확실하게 지니고 있다.


광장시장 순희네 빈대떡과 부샤 뻬레 에 피스 오쎄 뒤레스 1등급 레 뒤레스 Bouchard Pere & Fils Auxey Duresses 1er Cru “Les Duresses”

얼마 전 짧은 설 연휴 동안 순희네 빈대떡과 부샤 뻬레 에 피스 오쎄 뒤레스를 마셨다. 집 안을 깨끗이 청소하고 밀린 일들을 처리하면서. 새해라고 무언가 대단한 결심을 해야 할 것 같지만 이제는 갑자기 달력이 한 장 넘어간다고 나란 인간이 크게 달라지지 않는걸 잘 안다. 여전히 닥친 일을 하겠지. 조금 잘했으면. 거기에 반걸음만 더 나아가 일상에 사소한 정성이 깃들길 바랐다.  작은 일에도 크게 기뻐할 줄 알고, 주어진 시간에 감사하고, 누구에게나 다정하고도 사소한 도움을 아낌없이 베푸는 여유가 있길. 부샤 뻬레 에 피스 오쎄 뒤레스는 이런 생각을 하면서 마시기에 딱 좋았다. 부르고뉴의 엄청난 그랑크뤼 밭은 아니지만 오히려 그 덕에 일상에 스며들기 더없이 좋은 가격대이며 와인도 편안하다. 살랑살랑 가벼운 타닌감의 해맑고 발랄한 와인. ‘와 정말 부르고뉴 피노는 레드베리의 향연이구나!’라는걸 교과서적으로 잘 느낄 수 있을 만큼 딸기, 체리, 레즈베리 아로마가 다가와 애교를 잔뜩 부린다. 광장시장 빈대떡은 무려 대형 마트에서도 판매를 하고 있는데 녹두전과 고기지짐을 둘 다 사다가 먹어보니 와인과는 고기지짐이 훨씬 더 잘 어울렸다. 부르기뇽도 울고 갈 절묘한 조합이니 기분 좋은 오늘을 위해 꼭 한번 시도해 보시길. 이렇게 사소하게 행복한 하루하루가 모여 성공적으로 기쁨이 가득 찬 한해가, 평생이 되는 법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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