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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 [FOOD & WINE] 야들야들 전복과 어울리는 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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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나라셀라 작성일2018-09-03 10:35 조회67,357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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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운 여름, 수고하셨습니다.”
비 한번 제대로 내리지 않던 독한 여름이 드디어 물러갔다. 이제 떨어진 체력을 끌어올리고 몸가짐을 새롭게 할 시간, 선선한 바람이 한없이 고마운 9월이 왔다. 일년 365일 언제나 대환영이지만 이 시기에는 특히 더 맛있는 전복이 제철을 맞이했다. 보양 음식의 대명사 격인 전복은 중국의 진시황제가 불로장생을 위해 먹었다고 전해진다. 하지만 2018년에는 고맙게도 누구나 마트에서 쉽고 또 저렴하게 활전복을 구할 수 있다. 구이, 찜, 파스타 속 재료로 어떻게 먹어도 맛있는 전복과 어울리는 샤도네이와 피노 누아를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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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복 버터구이그르기치 힐스 이스테이트 나파 밸리 샤도네이 Grgich Hills Estate Napa Valley Chardonnay
조개를 먹지 않는다는 조카는 어떻게 된 일인지 전복구이를 날름날름 잘도 받아먹는다. 하긴 어패류의 비릿함 대신 고소하고 쫄깃한 고급스러운 식감을 지진 전복구이를 거부하기는 쉽지 않다. 그르기치 힐스 이스테이트 나파 밸리 샤도네이도 비슷하다. 미국 샤도네이는 별로라며 부르고뉴 테루아만을 신봉하는 흥선대원군 같은 사람도 이 와인이라면 거부할 수 없다. 조카가 전복도 어패류라는 걸 잊은 채 입맛을 다시듯 이 와인 또한 와인 자체에 심취하게 된다. 그르기치의 설립자인 마이크 그르기치(Mike Grgich)는 파리의 심판 1위 와인이었던 샤또 몬텔레나 샤도네이(Château Montelena Chardonnay)를 만든 “샤도네이의 제왕(The King of Chardonnay)”이다. 살구의 유혹적이고도 달콤한 향과 청사과와 오렌지 꽃 아로마가 매력적이며 효모 뉘앙스가 고소하게 느껴진다. 후미에 오는 버터리한 느낌은 미네널러티와 산도로 탄탄하게 골격이 잡힌 와인을 더욱 다채롭게 만들어 부드럽게 마무리 된다. 젖산 발효를 하지 않아 신선한 산도를 그대로 담고 있다. 나파 밸리에서는 드물게 100% 자가 소유밭에서 길러진 포도로 생산되며 100% 바이오다이나믹 인증을 받았다. 100% 천연 효모를 이용해 발효하며 와인의 40%는 10개월간 프렌치 오크통에서 숙성한다. 캘리포니아에서 생산되는 샤도네이를 생각할 때 떠오르는 진한 버터 팝콘 향 대신 기품 있는 구조감과 아로마를 선사한다. 전복 버터구이와도 잘 어울리지만, 전복 회와 함께 먹어도 손색이 없다.

 

전복 술찜부샤 뻬레 피스 본 뒤 샤또 Bouchard Père & Fils Beaune du Château 1er Cru
2016년 본 뒤 샤또 1등급 와인은 놀라움 그 자체였다. 본 아뻴라시옹은 대체로 어릴 때 와인을 테이스팅 하면 타닌이 거칠어 해산물과 먹기에는 무리가 있는데, 본 뒤 샤또는 우아한 텍스쳐를 지녀 해산물과도 좋은 조화를 이루었다. 2016년 부르고뉴 와인은 2015년에 비해 다소 실망감을 줄 수 있는 빈티지라고 하지만 그렇지도 않았다. 비밀은 블렌딩에 있다. 부샤 뻬레 피스 본 뒤 샤또는 피노 누아 한 품종으로 와인을 만들지만 10여 군데가 넘는 밭에서 생산된 포도를 블렌딩해 와인을 완성한다. 덕분에 빈티지의 기복이 없고 본 밭이 지닌 가장 아름다운 면을 뽑아낼 수 있다. 레드베리와 작은 보랏빛 꽃들의 향연이 이어지는 와인으로 훌륭한 산도를 보여준다. 반병쯤 마시고 난 후에는 계피와 같은 기분 좋은 향신료 아로마가 올라와 또 다른 모습을 보여주었다. 밭별로 양조한 와인은 특징에 따라 새 프렌치 오크통에서 10~18개월간 숙성해 블렌딩했다. 전복 술찜의 텍스쳐는 잘 빚은 피노 누아처럼 곱다. 찜통이나 압력솥에 다시마를 깔고 잘 손질한 전복을 올려 얇게 썬 무로 덮어 물과 사케를 넣은 통에 낮은 온도에서 약 1시간 반가량 쪄내면 부드러운 텍스쳐를 지닌 전복찜이 만들어진다. 압력솥에 넣어 익히면 조리가 더 빠르다. 쉬운 요리이긴 하지만 오늘은 전복을 손질하는 것조차 부담스럽게 느껴진다면 스시야에 와인을 들고 가도 좋다. 레드 와인임에도 불구하고 전복찜은 물론이며 어지간한 해산물과 부딪힘이 없이 잘 어우러지는 놀라운 퍼포먼스를 보여준다. 와인이 아직 어리지 않을까 생각이 들겠지만, 의심 없이 오늘 당장 오픈해도 좋다. 올해 맛본 최고의 가성비를 보여주는 부르고뉴 피노 누아다.

 

전복 파스타리베라 프렐루디오 넘버 원 샤도네이 Rivera Preludio N.1 Chardonnay
지난 토요일 점심에는 선선한 초가을 바람에 열심히 전복을 다듬어 파스타를 휙휙 만들어보았다. 말랑한 파스타 면을 좋아하시는 엄마 취향에 맞추어 면은 조금 푸욱 삶고, 원가 걱정 없이 전복 4마리를 아낌없이 넣었고 질 좋은 올리브 오일도 팡팡 뿌렸다. 화룡점정은 리베라 프렐루디오 넘버 원 샤도네이였다. 리베라 프렐루디오 넘버 원 샤도네이는 과실향이 발랄하고 산도가 잘 살아있는 균형 잡힌 와인이다. 무엇보다도 누룽지처럼 구수하고 포근한 향이 나서 마시다 보면 마음이 편안해지는 집밥 같다. 프렐루디오 넘버원 샤도네이는 풀리아 지역에 처음으로 심어진 샤도네이를 뜻한다. 카스텔 델 몬테(Castel del Monte) DOC 지역 뮈르지아(Murgia) 언덕에서 재배되는 포도를 사용해 만든다. 낯선 와인 산지처럼 들리지만 풀리아는 이탈리아 와인 생산량의 20%를 차지하는 데일리 와인의 성지와 같은 곳이다. 기원전 8세기부터 와인을 만든 이탈리아에서 가장 오래된 와인 산지이기도 하다. 토스카나 등 타 산지에 비해 저평가를 받고 있었지만, 1948년 세바스티아노 데 코라토(Sebastiano de Corato)가 카스텔 델 몬테 지역에 '리베라’를 설립하며 이야기가 달라졌다. 지역 특색이 강조된 토착 품종으로 와인을 양조하는 등 변화의 바람을 선도해 성공을 이루었다. 특히 로버트 파커는 리베라를 "이탈리아에서 가장 위대한 와이너리 중 하나다. 가격 대비 뛰어난 품질의 와인을 생산하는 리베라는 풀리아 와인을 시작하는 사람이라면 가장 먼저 마셔봐야 할 와인이다."고 언급했다. 파커의 평가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파스타와 함께 먹으면 이탈리아 시골에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게 하는 주말 집밥을 더욱 멋지게 만들어주는 멋진 와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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