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in Wine

매거진 | [FOOD & WINE] 돈가스와 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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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나라셀라 작성일2018-03-29 17:52 조회44,265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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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을 채우던 행복한 기억이 있다. 평일 점심, 가족들과 함께했던 소박한 외식에 대한 기억이다. 우리가 자주 찾던 곳은 집 앞 상가 지하에 있는 ‘할아버지 돈가스’였다. 사실 같은 아파트에서 아직 살고 있으며 이 돈가스집 또한 아직도 건재하다. 상가의 노후함을 생각하면 돈가스계의 노포에 가깝다고나 할까. 예전처럼 자주 방문하지는 못하지만 어쩌다 한번 맛을 보면 변하지 않는 독특한 구성에 또 한 번 놀란다. 묽은 크림수프에는 이미 후추가 팍팍 뿌려져 서빙되고, 얇고 넓게 편 커다란 돼지고기 튀김에 새콤달콤하면서도 절대 과하지 않은 소스가 함께 한다. 멜라닌 접시 한쪽에는 성글게 채 썬 양배추와 단무지가 자리해 공간을 가득 메운다. 여기에 밥, 김치, 미역국이 더해지는 미스터리하고도 영양가 가득한 한상. 어릴 땐 돈가스에 탄산음료 한잔하고 나면 세상 부러울 것이 없었다면 요즘에는 그 자리를 와인이 대신한다. 돈가스는 일본이 근대화를 겪으며 개발되어 우리나라까지 전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불교 법에 따라 육식을 오랫동안 금지했지만 서양 문물이 들어오면서 육식을 권장, 보급하기 위해 만들어진 음식이라고 한다. 독일이나 오스트리아에서 자주 찾아볼 수 있는 슈니첼(schnitzel)과 무척 닮은 꼴이기도 해 탄산음료 자리를 와인이 차지한 건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옛날식 왕돈가스부터 일본식 돈가스까지 누구나 좋아하는 돈가스와 잘 어울리는 와인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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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식 왕돈가스와 덕혼 디코이 레드 와인 Duckhorn Decoy Red Wine
돼지고기 살을 7∼8mm 두께로 큼직하게 저며 힘줄이 있는 곳에는 칼집을 넣고 칼등으로 자근자근 두드려 두께를 고르게 한 후 밑간을 한다. 여기에 밀가루를 묻히고 달걀을 풀어 씌운 다음 빵가루를 입혀 160℃ 정도의 기름에 튀겨내면 마음도 그릇도 가득 메우는 돈가스가 만들어진다. 소스를 곁들이고 채 썬 양배추나 마카로니를 삶아 마요네즈에 버무리면 완성. 옛날식 돈가스는 집에서도 별다른 기술 없이 만들 수 있다. 간단한 듯 별것 아닌 일상식이지만 마주하게 되면 은근 흥분되는 돈가스. 여기에 덕혼 디코이 레드 와인이 곁들여지면 성찬이 된다. 디코이 레드 와인은 멀롯 52%, 카버네 소비뇽 22%, 말벡 8%, 쁘띠 베르도 8%를 블렌딩했다. 멀롯이 메인 품종으로 쓰여 실키한 텍스쳐를 지니고 있으며 친근한 과실향을 내뿜는다. 후미에서 전하는 커피와 바닐라 향 또한 매력적이다. 탄닌이 거칠지 않아 결이 부드러운 돼지고기와 어우러지는 미감이 훌륭하고, 와인의 집중도가 높아 소스와도 잘 어우러진다. 덕혼은 북미 대륙을 대표하는 브랜드 중 하나로 2009년 미국 오바마 대통령 취임 오찬에 선정된 바 있으며 2017년에는 와인 스펙테이터 올해의 100대 와인에서 1위를 차지한 이력이 있는 저력 있는 와이너리다.

 

일본식 돈가스와 자르데또 프로세코 엑스트라 드라이 Zardetto Prosecco Extra Dry
육즙을 가득 머금고 있는 촉촉하면서도 두꺼운 돼지고기, 여기에 바삭바삭한 튀김옷. 바로 일본식 돈가스의 특징이다. 옛날식 왕돈가스에 비하면 일본식 돈가스의 튀김옷은 사뭇 두껍다. 하지만 그 덕에 바삭한 식감과 기름진 맛이 더해진다. 이런 튀김옷에는 역시 스파클링 와인이 잘 어울린다. 그중에서도 자르데또 프로세코 엑스트라 드라이는 사과와 서양배, 꽃내음과 같은 풍부한 향을 담고 있으며 상쾌한 산도감과 확실하고도 강한 기포감을 자랑한다. 섬세한 버블들이 입안을 가득 메우면서 돈가스의 기름기를 깔끔하게 정리해준다. 자르데또는 이탈리아 북동부 베네토, 꼬넬리나오 지역의 DOC, DOCG 지역에서 50년 이상 프로세코를 만들어 온 명가로 프리미엄 프로세코 카테고리 미국 판매 1위를 10년간 지켜오고 있는 남다른 생산자다.

 

생선가스와 메이오미 샤도네이 Meiomi Chardonnay
생선가스나 피쉬앤칩스와 같은 튀김에는 메이오미 샤도네이와 같은 유질감이 있는 화이트 와인이 제격이다. 이 음식에는 타르타르소스가 늘 세트로 등장한다. 다진 피클과 양파에 마요네즈를 넣은 소스는 묵직하면서도 산도가 있는데 여기에 메이오미 샤도네이를 함께 하면 레이어가 생겨 한층 더 복합적인 맛을 선사한다. 메이오미는 나파 밸리 최고의 와인메이커로 평가받으며 케이머스 와이너리를 이끄는 척 와그너(Chuck Wagner)의 아들 조셉 와그너(Joseph Wagner)가 캘리포니아 코스트에서 만든 와이너리다. 소노마 카운티(Sonoma County), 몬테레이 카운티(Monterey County), 산타바바라 카운티(Santa Barbara County)에서 생산된 포도를 블렌딩 했다. 그 덕분에 소노마의 테루아에서 얻어지는 유연한 텍스쳐와 익힌 사과와 배의 잔잔한 아로마, 몬테레이의 미네널러티와 잘 익은 복숭아 향 캐릭터, 산타 바바라의 열대과실과 향신료 터치를 모두 담아낼 수 있었다. 프렌치 오크통에서 숙성한 풀 바디한 와인이며 생선가스, 특히 타르타르소스를 곁들인 생선튀김과 밸런스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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