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 [FOOD & WINE] 바다의 우유 '굴' 요리와 어울리는 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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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나라셀라 작성일2018-10-22 15:54 조회41,256회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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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계절에 꼭! 굴과 어울리는 와인
'제철 음식이란 무엇인가?' 싶은 순간들이 있다. 한겨울 백화점에서 판매하는 커다랗고 질 좋은 수박을 볼 때는 더 그렇다. 비싸긴 하지만. 한데 해산물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계절에 따라 구하기도 제맛을 보기도 어려운 경우가 많으니 말이다. 그중 하나가 "굴"이 아닐까? 흔한 식자재 같지만, 굴짬뽕 한 그릇만 하더라도 계절에 민감하고 잘하는 집일수록 먹을 수 있는 기간은 짧다. 통통하게 살이 오른 계절에만 취급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해산물이 산란기를 앞두었을 때 제철을 맞이하지만, 굴은 다르다. 산란기인 5~8월에는 되레 먹지 않고 살이 오르기 시작한 가을부터 11월~2월에 가장 많이 찾는다. 겨울에는 미량 영양소 함량도 여름보다 10배 이상 많아진다. 이러한 이유로 서양에서는 월 이름에 R자가 없는 달(May, June, July, August) 즉, 5월에서 8월까지는 굴을 먹지 않는다고 한다. 제철을 맞이한 굴은 어떻게 먹어도 맛있다. 굴밥, 굴짬뽕, 굴튀김, 굴전, 석화. 생각만 해도 입에 침이 고이는 음식들이 아니던가! 물론 여기에 와인이 곁들여지지 않는다면 완성이라고 할 수 없다. 화룡점정! 제철을 맞이한 굴 요리에 잘 어울리는 와인을 소개한다.
굴전과 에멀로 소비뇽 블랑 Emmolo Sauvignon Blanc
에멀로 소비뇽 블랑은 어쩐지 귀족적이다. 이 와인이 사람이라면 티 없이 새하얀 얼굴, 가는 팔목을 지닌 여자일 듯했다. 작은 목소리이지만 명확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새초롬한 이미지를 가진. 그러고 보면 소비뇽 블랑만큼 즉각적인 기쁨을 전달할 수 있는 매력적인 품종도 드물다. 하지만 가끔은 오크통 숙성을 한 보르도 스타일은 좀 과하다고 느껴지고, 또 풀내음이 짙은 와인은 나타나는 쉽게 질린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더 섬세하고 복합미가 뛰어난 소비뇽 블랑은 없을까’라고 생각하는 분이 있다면 에멀로 소비뇽 블랑을 추천한다. 과실향이나 풀냄새에 매력이 가려지지 않고 풍부한 미네널러티를 경험할 수 있다. 화장을 진하게 하지 않아도 투명한 피부에서 매력이 보이는듯하다. 이런 매력을 지닐 수 있는 비밀은 효모(Lee) 컨택에 있다. 과숙하지 않은 포도를 수확해 효모와 접촉해 숙성 과정을 거치면서 복합미가 더해지고 시트러스, 복숭아, 살구와 같은 핵과, 꽃내음을 비롯한 세련된 향과 맛을 선사한다. 에멀로는 케이머스의 오너 척 와그너(Chuck Wagner)의 딸인 제니 와그너(Jenny Wagner)가 이끌어 가는 와이너리다. 카버네 소비뇽으로 나파 밸리를 넘어 전 세계에서 이미 인정을 받은 그들이 만들었다. 배우 하정우가 누구의 아들이란 사실이 중요하지 않듯 이런 정보를 모른 채로 테이스팅 해도 다시 한번 뒤를 돌아보게 된다. 싱싱한 통영산 굴에 달걀을 하나 탁 터트리고 채 친 고추를 넣어 섞어 부쳐낸 굴전과 함께하니 굴 특유의 향을 산도가 좋은 와인이 깔끔하게 정리해준다. 굴전도 와인도 술술 넘어가는 조합이다.
굴튀김과 몬테스 알파 블랙 라벨 소비뇽 블랑 Montes Alpha Black Label Sauvignon Blanc
에멀로 소비뇽 블랑에게서 청순한 매력을 느꼈다면 몬테스 알파 블랙 라벨 소비뇽 블랑에서는 관능미를 느낄 수 있다. 몬테스 알파의 상위 뀌베인 블랙 라벨 소비뇽 블랑은 레이다 밸리(Leyda Valley) 내의 산토 도밍고(Santo Domingo) 지역에서 자라난 포도로 만든다. 태평양과 가까운 지형적 요소는 포도에 자연스러운 산도감을 갖게 도움을 준다. 소비뇽 블랑의 화려한 과실향을 좋아하는 애호가에게 강력하게 추천하고 싶은 와인으로 패션프루트, 자몽, 파인애플과 같은 열대 과실의 아로마가 기분 좋게 펼쳐진다. 오렌지와 레몬, 라임 등의 복합적인 시트러스 아로마의 신선함이 아름답다. 딥 프라잉을 한 굴튀김과 함께해도 끄떡없다. 와인의 자연 산도와 미네널러티가 느끼한 음식에 레몬즙을 뿌리듯 맛을 더해준다.
생굴과 윌리엄 페브르 샤블리 William Fevre Chablis
샤블리와 석화를 함께 먹는 마리아주는 너무나도 유명하다. 신의 물방울을 읽어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들어본 그 조합이 아니던가! 원래 바다였던 곳에 포도밭이 생겨 키메르지안 토양을 기반으로 한 곳에서 자라난 포도는 미네널러티를 담고 있고, 자연스럽게 굴과 잘 어울린다는 이야기다. 사실 그보다 더 확실한 건 오크통 숙성이 과하지 않고 산도를 잘 살린 샤르도네는 굴과 정말 잘 어울린다는 사실이다. 바로 윌리엄 페브르의 샤블리처럼 순수한 샤르도네라면 말이다. 사실 숙성 잠재력이 큰 샤르도네를 오크통에서 오랜 시간 동안 숙성하면 범접할 수 없는 우아함과 웅장한 아우라를 풍기지만, 음식과 함께하기는 어려워진다. 이거 원, 말을 붙이려면 “제가 감히 또는 소인이…”로 시작을 해야 할 것 같달까. 그래서 여왕 포스 뿜뿜한 웅장한 스트럭쳐를 지닌 샤르도네와 페어링 하는 음식은 늘 버터 소스를 곁들인 바닷가재 요리가 된다. 그렇지만 과실 그 자체에 자신이 있어 와인의 순수함을 보여주는 경우에는 이야기가 다르다. 윌리엄 페브르 샤블리는 작은 사이즈의 스테인레스 탱크에서 양조한 후, 약 10~12개월간 숙성하는데, 이 중에서 5~10% 와인만이 6년간 사용한 프렌치 오크통에서 숙성해 복합미를 부여한다. 감귤과 청사과, 복숭아 등 신선한 과실의 아로마가 아름답다. 석화처럼 미네널러티가 풍부하게 잘 살아있는 음식은 물론이며 새우나 게를 함께 주문해서 먹어도 훌륭한 조화를 이룬다.